산골짝 외딴 마을, 평범한 여섯 아이들의 유쾌한 일상

입력 2013-04-25 17:36 수정 2013-04-25 22:38


떠들썩한 마을의 아이들/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그림 일론 비클란드/논장

해 저무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놀던 유년의 기억을 불러내는 책이다. 학원을 뺑뺑이 도는 요즘 도시의 아이들은 좀체 맛보기 힘든, 멋진 놀이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래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산골짝 외딴 곳에 있는 이 마을에는 집이 딱 세 채, 아이들은 6명뿐. 하지만 어찌나 야단스럽게 뛰어다니며 노는지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어 동네 이름은 ‘떠들썩한 마을’. 주인공은 두 오빠와 함께 사는 7세 여아 리사. 엄마는 다 컸으니 설거지 좀 도와달라는, 오빠들은 너무 어려서 인디언놀이에 끼워줄 수 없다고 하는 어정쩡한 일곱 살이다. 리사네의 남쪽 집에는 또래 남자아이가, 북쪽 집에는 여자아이 둘이 산다. 그들은 늘 함께 모여 놀며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매일매일 자기들이 만들어낸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으니까.

헛간의 마른풀 더미 속에 기다란 굴을 만들고, 겨울철이면 쌓인 눈으로 눈 등불을 만드는 등 시골에서의 삶만이 줄 수 있는 놀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따라해 볼 수 있다. 동네 아줌마들 흉내를 내는 ‘척 하기 놀이’, 동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성에 갇힌 공주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남자 형제는 성가셔요’ ‘남자애들은 비밀을 지킬 수 없어요’ 등의 일화에서는 여자애들의 샐쭉한 마음이 느껴진다.

책에는 감동적인 일화도, 특별한 모험도 없다. 모험 삼아 준비한 가출도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실패한다. 그런 평범한 아이들의 유쾌한 일상을 펼쳐놓은 것뿐인데도 이야기의 맛이 살아 있다. 행복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어린이 책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자신의 어린 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썼다. 작가를 추모해 스웨덴 정부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문학상’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초등 3∼4학년용. 햇살과나무꾼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