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층 건물 폭삭 ‘방글라데시판 삼풍 참사’
입력 2013-04-24 22:15 수정 2013-04-24 01:29
방글라데시판 삼풍백화점 참사가 발생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에서 24일 8층짜리 건물이 붕괴해 최소 96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건물 안에는 500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돼 사망자와 부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사망자수가 96명으로 확인됐고 700여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방글라데시 옷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 112명이 사망한 바 있어 허술한 안전 기준이 다시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30분(현지시간)쯤 다카 외곽 사바르에 자리한 ‘란자 플라자’ 빌딩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건물에는 의류공장 5곳과 상점 200여곳 등이 입주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전부터 건물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으며 이날 일부 노동자들이 불안해하자 공장 관리자가 문제없다고 작업장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무히우딘 칸 내무장관은 해당 건물이 불법 건축됐다고 밝혔다.
5층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수미는 “어떤 흔들림이나 조짐 없이 갑자기 무너졌다”고 증언했다. 출근한 지 1시간쯤 지났을 때 붕괴된 것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의류 브랜드에는 베네통 등이 포함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현장에서 구조된 부상자들은 인근 에흐남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 응급병동 의사인 히랄라 로이는 “700여명이 구조돼 치료 중”이라고 전했다. 구조된 노동자 압더 라흐민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건물에 갇혔다”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사고가 나자 소방대원과 군 병력이 출동, 천공기와 크레인 장비를 동원해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장은 가족을 찾는 사람들 수천명이 몰려들거나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사람들이 울부짖으면서 아비규환에 빠졌다. 중간 부분이 폭삭 무너져 내린 콘크리트 건물 곳곳에는 공장에서 생산된 형형색색의 천들이 묶여 있었다. 건물에 갇힌 노동자들이 탈출하기 위해 천을 묶은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다카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타즈린 의류공장 1층 창고에서 불이 나 112명이 사망했다. 방글라데시에는 의류공장 4000곳이 있으며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제품은 서방국가로 수출된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