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좌장’ 돌아온 김무성… 여권 권력지형 바뀐다
입력 2013-04-24 22:47 수정 2013-04-24 00:52
‘무대’(김무성 대장)가 돌아왔다. 새누리당 김무성(62) 당선인은 24일 치러진 부산 영도 재선거에서 민주통합당 김비오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리고 5선 의원으로 여의도에 복귀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영남권 중진의원은 “야권이 향후 안철수 당선인 입성 전과 입성 후로 나뉜다면 여권은 김무성 당선인 복귀 전과 복귀 후로 구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새누리당 권력구도에서 김 당선인이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무풍’(武風·김무성 바람)이 분다는 것이다.
왜일까. 박근혜 대통령과 김 당선인의 정치적 애증관계,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권력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김 당선인은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를 밀었다가 이듬해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친박(親朴·친박근혜) 무소속 바람을 일으키며 당선돼 친박 좌장으로 귀환했다. 하지만 2인자를 허락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눈밖에 나면서 탈박(脫朴)했고,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다시 낙천한 뒤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대선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복박(復朴)했다.
‘원조 친박’이면서도 고분고분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이나 친박 주류 쪽에서는 김 당선인의 복귀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반면 힘 있는 여당, ‘할 말은 하는’ 당·청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은 김 당선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당장은 몸을 낮추겠지만 10월 재보선 이후 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당선인은 당선 직후 “당권에 전혀 생각이 없다. 현 지도부가 성공적으로 임기를 채우길 바랄 뿐”이라며 “박근혜 정권 탄생에 앞장선 친박이 뭉쳐서 박 대통령의 성공과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이 10월 재보선에서 패할 경우 조기 전대가 불가피하고, 자연스럽게 ‘김무성 대표론’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친박인 이주영·최경환 의원 가운데 한 명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박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김 당선인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당 대표와 원내대표, 당과 청와대가 각각 공조를 취하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선거의 여왕’인 박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처음 치러진 3곳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는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여당의 선거에 대해 어떻게 축하한다거나 하는 메시지를 낼 수 있겠느냐”며 “앞으로도 당정 관계가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다음은 김무성 당선인의 소감 전문
지지해주신 영도구민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선거는 어떤 정당의 특정인을 뽑아준 것이 아니라 영도발전이라는 강렬한 희망을 선거를 통해 나타내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영도로 올 때에는 다른 지역에서 국회의원 하던 사람이 온다고 싫어하시는 분이 많지나 않을까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영도구민들을 만나보니 제 손을 꼭 붙잡아주시면서 “잘 왔다”, “영도발전 좀 시켜주이소”라는 말씀으로 격려해주실 때 그 기대에 부합해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영도구민의 갈망을 담아서 ‘확실한 영도발전’을 일관되게 약속했습니다.
승리의 요인은 힘 있는 여당중진 지역발전론이 정권 견제론에 비해 유권자들의 공감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가난한 사람과 부자간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따뜻한 경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국회활동을 할 각오입니다.
또 야당을 대결상대로만 여기지 않고, 같이 호흡하는 그리고 필요할 땐 과감히 양보하는 상생의 정치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새 정부가 성공한 대통령과 성공한 정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바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