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70% 떼 내 간경화 아버지 살린 여대생

입력 2013-04-24 19:30

“아빠가 아니었으면 제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잖아요.”

주사 맞는 게 무서워 어지간히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았던 강지혜(25·대구대 유아특수교육과 4년)씨는 지난 9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수술대에 누웠던 때를 회상하며 24일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간 70%를 떼 내는 대수술이었다.

강씨는 간 질환으로 고통을 겪는 아버지 강을규(55)씨를 위한 것이었다. 8년 전 간경화 진단을 받은 아버지는 꾸준한 치료에도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6개월 전 ‘간이식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가족들은 서울지역 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결과 가족 중 지혜씨의 간이 이식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크기가 너무 작은 게 문제였다. 간은 기증자가 수혜자에게 떼 주고 30% 정도는 남아야 하는데 지혜씨는 28% 정도만 남게 돼 곤란하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었다.

지혜씨 가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척들을 찾아 검사를 했지만 적합한 대상을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아버지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지혜씨는 결국 서울지역 병원에서 검사한 진료기록을 모두 가지고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찾았다.

“아빠에게 꼭 간을 이식하고 싶다”며 의료진에게 매달린 그녀의 효심이 통했는지 의료진은 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후 ‘수술가능’ 판정을 내렸다. 마침내 부녀는 나란히 수술대에 누웠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수술한 지 8일 만에 학교로 돌아와 중간고사를 치르고 있는 지혜씨는 “제 간은 원래 아빠에게서 받은 건데 돌려드리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대구=김재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