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더 이상 흔들어서는 안 된다
입력 2013-04-24 18:55
기금고갈 시점 늦추는 방안 시급히 모색해야
국민연금이 현행 구조를 유지하면 2041년부터 적자가 발생하고 2053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2044년 이후부터 적자가 발생해 2060년 적립기금이 고갈된다는 지난 3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의 장기재정 추계 결과보다 더 비관적인 것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2025년까지 12.9%로 올리고 수급개시연령도 67세로 늦춰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오는 10월까지로 돼 있는 국민연금 장기발전방안 수립을 앞두고 보험료 인상여부를 포함한 쟁점들에 대해 시급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의 연금제도가 기금 고갈 위기를 겪었거나 앞두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인빈곤율 1위, 노인자살률 1위다. 국민연금 기금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7.6%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기금 고갈 우려나 세대간 불평등을 이유로 국민연금의 존재이유를 의심하거나 심지어 탈퇴운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재정 안정성에 집착하는 것은 수단을 위해 목적을 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다. 2007년 국민연금 개편 당시 2018년까지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려고 했지만 소득대체율만 낮춘 반쪽 개편이 되고 말았다. 앞으로 10∼20년 안에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려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다만 어떤 의미에서는 보험료율 인상보다 더 시급한 과제들이 적지 않다. 이미 적립금이 바닥나서 당장 연간 1조∼2조원 가량의 혈세를 쏟아 붓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개편이 그것이다. 이들 연금이야말로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개편이 시급하지만 그간의 시도들은 번번이 미봉책에 그쳤다. 국민연금은 낸 돈의 1.7배를 받는 반면 공무원·군인연금은 최대 3배를 받는다. 이런 불공평이 시정되지 않고서 국민연금 보험료율부터 인상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 국민행복연금 도입안이 거론되는 것도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결정적으로 훼손한다.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기본적으로 보험료를 낸 만큼 보험금을 받게 돼 있다. 보험료를 내지도 않는 미가입자에게 기금의 일부를 내 주는 것은 국민연금 제도의 골격을 뒤흔드는 것이다. 소득 재분배는 조세정책 및 별도의 사회복지 정책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 국민연금 개편은 또한 정년 연장 등 노동시장 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실질적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면 연금 납부 기간도 10년을 늘릴 수 있다. 가입자가 크게 늘면 보험료율 인상요인이 감소하므로 가입자 확대정책도 수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