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성윤] 병역면탈 막을 근본책 필요하다

입력 2013-04-24 18:54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병역비리 사건, 국회청문회만 열리면 공직후보자들이 자신과 자녀들의 병역면제 사유에 대해 늘어놓는 궁색한 변명, 새 정부와 국회가 출범하면 으레 보도되는 병역면제자 비율에 국민들은 혀를 찬다. 이어 상류층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취약한 우리 사회에 대해 비판하다가 또다시 수면 아래로 잠잠해진다. 국민개병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반복해서 겪고 있는 병역면탈은 고질적인 사회문제다.

과연 병역면탈은 연예인과 운동선수, 그리고 일부 사회 지도층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과거보다 조금 나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병역면탈은 우리 사회 전반에 암처럼 번져 있다. 연예계와 스포츠계, 정·관계는 물론 재계와 학계 인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병역면탈을 꾀하고 있고, 이 중 상당수는 성공해 불법·부당 이득을 누리며 버젓이 잘살고 있다.

그렇다면 병역면탈의 근본적 해법은 무엇인가. 근본적인 원인은 ‘취약한 법체계’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병역면탈 방법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고의적 어깨탈구와 무릎연골 수술 등과 같이 징병신체검사의 약점을 이용하는 수법이다. 이른바 ‘하수(下手)의 꼼수’로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예방책으로는 병무청 징병신체검사의 투명성과 과학적 검증능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적발됐을 때 처벌기준을 높여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병역법은 고의 신체손상의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고, 실제로 적발된 많은 이들이 재판과정에서 양형기준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3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로 개정하고, 처벌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또 한 가지 병역면탈 방법은 소위 ‘상수(上手)의 수법’이다.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주로 상류층이 쓴다. 현행 병역법 제71조에 따르면 ‘허가를 받지 않고 출국한 사람, 국외에서 체류하고 있는 사람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에 귀국하지 아니한 사람’의 경우 38세부터 입영의무가 면제된다. 그것도 2011년도 법 개정을 통해 기존 36세를 38세로 두 살 올린 것이다.

왜 그렇게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에 병역면제가 많았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공부하다가 외국으로 나가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려면 적어도 나이가 30대 초·중반이 된다. 과거에는 36세, 지금은 38세까지만 버티면서 학위를 따고 다른 경력을 쌓아 귀국하면 별다른 처벌 없이 합법적으로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남는 장사’다. 이는 외국에서 유학하는 남자 선후배들 사이에서 지금도 전수되고 있는 비법이다. 이 역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입영의무면제 나이를 현행 38세에서 50세로 대폭 올려야 한다.

물론 법적 처벌을 엄하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필자 역시 법 만능주의와 적극적 일반예방이론의 폐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병역의 공정함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근간을 지키는 일이다. 이는 정신적 덕목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만 강조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미온적이라면 언론이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