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7월 27일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 추진”

입력 2013-04-24 18:37


“한국은 경이적인 나라다. 60년 전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 놀라운 경제적 부흥을 이루고 자유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 자신들을 도와준 이들을 잊지 않고 이처럼 오랜 기간 감사를 표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6·25전쟁에 참가했던 캐나다 참전용사 62명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스티븐 블레이니(48) 캐나다 보훈부 장관. 그는 “한국은 캐나다인들이 기꺼이 희생할 만큼 가치 있는 나라”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방부와 보훈처가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영연방 참전용사 초청 행사 참가차 방한했다. 23일 오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고 돌아온 블레이니 장관을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6·25전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DMZ는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지역이다.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북한의 위협을 수사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런 위협이 실체적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6·25전쟁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함께 간 80대의 노병들이 자신들이 목숨 걸고 싸웠던 고지를 보면서 감정이 복받치는 것을 지켜봤다. 한국과 캐나다가 그간 굳건한 친구 나라로 함께 걸어온 것이 자랑스러웠다.”

-캐나다는 올해를 ‘한국전 참전의 해’로 선포하고 다양한 기념행사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캐나다에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정전협정 60주년이자 한국과 캐나다가 수교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에 대한 우리의 연대감은 상당히 강하다. 특히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헌신한 캐나다 참전용사들의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6·25전쟁은 캐나다에서는 잊혀진 전쟁이었다. 하지만 그간 한국은 캐나다 주재 대사관을 통해 우리 참전용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해 왔다. 우리도 우리 참전용사들의 국제평화를 위해 바친 공헌을 제대로 평가해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올해를 한국전 참전의 해로 정한데 이어 정전협정이 맺어진 7월 27일을 매년 ‘한국전 참전용사의 날’로 기념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상원에서 통과됐고 하원에서 검토 중이다. 또 1만여명에 달하는 생존 참전용사들에게 특별감사증을 증정하고 있다.”

-6·25전쟁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 보훈부 장관이 함께 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한국에는 처음 왔다. 많은 것이 인상적이다. 2년 전 박승춘 한국 보훈처장이 캐나다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답방 의미도 있고 캐나다 보훈부 장관의 의무도 다하고 싶었다. 내 임무는 두 가지다. 6·25 참전용사들을 비롯한 제대군인의 신체적·정신적 필요를 돌봐주고 지원해주는 역할이다. 두 번째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들에게 선배들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날의 자유세계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왔음을 알려주는 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잊게 된다. 80대에 접어든 참전용사들과 함께 역사적인 현장을 밟고 생생하게 경험한 뒤 이를 전해주고 싶었다.”

-한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은 것을 이룬 훌륭한 국민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한국민들이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인정하고 고마워한 것은 우리 참전용사들에게는 치유의 선물이었다. 참전용사들은 한국인들의 따뜻한 보은의 마음을 받고 전쟁 시 경험한 상처들이 치유되고 자신들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그래서 참 고맙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