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광폭 행보… 국내외로 뛴다

입력 2013-04-24 18:29 수정 2013-04-24 22:1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달 초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뒤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힌 그는 국내외 거물급 인사를 직접 만나 사업을 논의하고 투자 계획을 주도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4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6일 입국하는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만날 예정이다. 안드로이드폰을 통해 각각 하드웨어(삼성전자)와 소프트웨어(구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IT(정보통신) 기업 CEO들의 만남이란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와 만나 양사의 협업 관계, IT 산업의 미래,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만찬은 2시간30분가량 이어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부회장 승진 이후 삼성을 찾는 국내외 주요 인사를 이 부회장이 직접 응대하는 일이 많아졌다”며 “그만큼 역할과 위상이 커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영국 최대 가전 유통업체 딕슨의 CEO 세바스찬 제임스 회장이 삼성을 방문했을 때도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지난 17일에는 세계적 제약회사인 미국 머크의 케네스 프레이저 회장을, 지난달 26일에는 미국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과 프랑스의 플뢰르 펠르랭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 장관을 만났다.

이 부회장의 요즘 관심은 ‘갤럭시S4’의 일본 공략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을 대동하고 일본에 가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3대 통신사업자 CEO를 만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갤럭시S4를 앞세워 일본 시장을 개척하러 간 것”이라며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선 1등을 해도 일본에서만큼은 그럴싸한 업적이 없었는데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주요 투자 계획도 주도하고 있다. 부회장 승진 후 첫 출장지로 일본 샤프 본사를 찾은 그는 지난달 샤프에 104억엔(약 1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04%를 확보, 5대 주주가 됐다. 60인치 이상 패널을 조달해 대형 TV시장을 석권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경영 승계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의 현재 나이는 45세로 이건희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넘겨받았던 때와 같다. 삼성 관계자는 “상무 시절부터 부회장이 되기까지 20여년간 여러 의사결정을 했고 그동안 삼성전자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며 “경영자로서 할 일을 한 것뿐 최근의 행보와 경영 승계와는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