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4각링 정복하다… 이시영, 국가대표 꿈 이뤄
입력 2013-04-24 18:20
여배우에게 얼굴은 생명과 같다. 그렇지만 그는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얼굴이 일그러져도 포기하지 않았다. 취미로 시작한 복싱이었지만 그에게 꿈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 ‘진정한 챔프’가 되는 것이 바로 그 꿈이다. 여배우 복서 이시영(31·인천시청). 그가 마침내 여성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감격적인 눈물을 흘렸다. 극적인 반전이 있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태극마크의 꿈을 이루다=이시영은 24일 충북 충주시 충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여자 복싱 48㎏급 결승전에서 강호 김다솜을 22대 2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해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됐다. 이시영은 이날 온전하지 않은 몸으로 자신보다 12살이나 어린 김다솜을 상대로 빼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이시영은 보기와는 달리 강심장이다. 예쁘장한 얼굴에 멍이 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시영의 스승이자 전 세계 챔피언인 홍수환(스타복싱체육관 관장)이 “이시영은 심장이 단단한 선수다. 상대 주먹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칭찬했을 정도다. 이시영은 무릎 수술을 받고 그동안 훈련과 물리치료를 병행해 왔다. 하지만 투혼을 발휘하며 영화를 찍는 틈틈이 오후나 새벽에 훈련했다. 촬영이 끝나면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했다. 그 덕분에 이날 4라운드 동안 지치지 않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궈낼 수 있었다.
◇진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이시영은 2010년 여자 복싱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TV 드라마에 캐스팅되며 복싱과 인연을 맺었다. 드라마 제작은 무산됐지만 이시영은 복싱의 매력에 푹 빠져 글러브를 놓지 않았다. 이시영은 2010년 11월 사회인 복싱대회인 KBI 전국생활체육 복싱대회에 참가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 전국 여자신인 아마추어복싱선수권에서는 3라운드 만에 RSC승을 거두며 여자 복싱의 강자로 군림했다. 이시영은 지난 2월 실업팀 인천시청 복싱팀에 입단했다. 연기도 뒤로 미루고 복싱에 매달렸고 결국 국가대표가 됐다. 이시영은 내친김에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체급을 51㎏으로 올릴 예정이다. 아시안게임 여자 복싱에는 51㎏, 60㎏, 70㎏급 세 체급만 있다.
이시영은 “연예 활동도 운동도 최대한 병행하겠다”며 “인천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12월)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열심히 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