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무섭다고… ‘시멘트 묘’ 기상천외

입력 2013-04-24 18:16

“벌초가 힘들지만 매정한 처사 아니냐?” “멧돼지 등에 의해 묘가 파헤쳐지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

전남 고흥군 과역면 한 마을에 등장한 ‘시멘트 묘’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뜨겁다. 장묘문화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반대론과 바쁜 현대생활에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찬성론이 엇갈린다.

이 기상천외한 시멘트 묘가 조성된 것은 이달 초. 특정 가족묘의 봉분과 묘역이 온통 하얀 시멘트로 뒤덮였다. 이웃마을 주민의 가족묘들이 있는 묘역의 입구와 봉분 9기 등 350여㎡가 모래 섞인 시멘트로 도배돼 낯선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보름여 전 광주에 사는 종손이 종친들과 협의, 1700여만원을 들여 시멘트 포장을 했다는 것이다. 종손 측은 조상의 묘가 야생동물에 의해 자주 파헤쳐지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낯선 묘역의 모습에 인근 주민들 의견은 분분한 실정이다. “벌초만 잘하면 될 일인데 조상 묘를 시멘트로 발라야 되느냐”는 비판과 “조상 묘를 제대로 관리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옹호가 맞섰다.

고흥=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