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근로자의 박탈감 “60세 정년은 그림의 떡”

입력 2013-04-24 18:13

‘정년 60세 연장법’이 고령층의 고용 안정과 빈곤 해소를 위해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근로자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근속연수가 비교적 긴 공기업 직원들에게는 정년 연장이 유효하지만 대다수 근로자들이 속해 있는 민간기업의 경우 근속연수가 짧아 정작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4일 경영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지난해 말 기준 10대 대기업그룹 소속 93개 상장사의 근속연수를 분석한 결과 10대 그룹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9.36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즉 퇴직 후 다른 10대 그룹으로 회사를 옮긴다 하더라도 한 회사별로 평균 10년을 채우지 못하는 데다, 현실적으로 이직의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민간기업 직원들에게 정년 60세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근로자 근속연수에서 한국은 6.1년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12.9년으로 1위를 차지한 포르투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록이다. 2∼3위에 오른 프랑스와 독일 역시 각각 12년과 11.5년으로 한국보다 월등하게 긴 근속연수를 보였다.

특히 남성 근로자보다 여성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더욱 심각한 상황임이 확인됐다.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10대 그룹 여성 근로자의 근속연수는 남성 근로자(10.2년)의 절반에 가까운 6.6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중소기업 근로자의 경우 대기업보다 고용이 더 불안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중소기업 근로자들 역시 60세 정년의 혜택을 기대하기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기업 중 근속연수를 공개한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9개 기업의 평균근속연수는 15.0년으로 조사돼 대기업그룹의 1.5배를 넘었다. 이들 공기업 남성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16.8년이나 됐고, 여성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9.3년으로 대기업 근로자 평균과 비슷했다.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는 “통계상으로는 경영여건이 상대적으로 낫고 자금여력이 있는 300인 이상의 사업장 근로자 625만명이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미 정년이 지켜지고 있는 공기업과 노동조합이 강한 일부 대기업 생산직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고, 그렇지 못한 근로자들의 경우 혜택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