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 협정, 시간 벌었지만 우라늄 농축 입장차 여전
입력 2013-04-24 18:06 수정 2013-04-24 22:13
한국과 미국은 현행 원자력협정의 만기를 내년에서 2016년 3월까지로 2년 연장하고 추가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두 나라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6월부터 분기마다 한 차례 협상을 갖고 협정 개정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외교부는 지난 16∼18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원자력협정 개정 6차 본협상에서 양국이 이런 내용에 합의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양국 정부는 추가 협상을 통해 최대 쟁점인 사용후 연료봉 재처리, 저농축우라늄 자체 생산 문제 등을 계속 협의한다. 7차 본협상은 6월 중 서울에서 개최된다.
◇협상시간 번 정부, 조기 타결 목표=두 나라가 협정 연장에 합의한 것은 핵심 쟁점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기에는 협상 시한이 너무 짧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또 자칫 협정 공백상태를 빚을 수 있고 다음 달 7일 한·미 정상회담이 이 문제로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정부는 일단 2년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지만 가급적 조기 타결을 목표로 향후 협의를 더욱 치밀하게 구체화시킨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협상을 뒤로 미루는 게 아니라 조기 타결을 위해 분기별로 정례 협상을 갖기로 한 것”이라며 “축구로 치면 연장전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협상에 나선 미 행정부 인사들의 태도 역시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충격을 받을 정도로 (우리가 협정 개정에) 중요성을 두고 있다는 점을 전달했고, 미국도 상당한 성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미국과 핵주기 공동연구, 양자 간 기술 협력, 우라늄 농축회사에 대한 한국의 지분 참여 보장문제 등도 계속 협의할 예정이다.
◇우라늄 농축 입장 차이는 여전=그러나 근본적인 쟁점에 대한 입장 차이는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 가장 큰 괴리를 보이는 부분은 우라늄 농축 문제다. 우리 정부는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새로 개정될 협정문에 우라늄 농축 권리를 명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정문에 농축과 관련된 부분이 들어가야 하고,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3년 발효된 원자력협정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시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농축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재처리에 준해 적용받는다. 정부가 농축 권한을 행사하려면 새 조항을 개정 협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 등을 들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도 미국은 유독 우라늄 농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문제와 우리나라의 핵무장론이 불거지면서 미 정부는 물론 의회, 싱크탱크 분위기가 더욱 경직된 것이다. 이 때문에 추가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한국의 입장이 100% 관철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미 의회 비준 절차 등을 감안하면 추가 협상은 2015년 5월 전후로 마쳐야 한다. 다만 재처리 문제는 현재 양국이 공동연구 중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부분을 개정 협정에 반영하는 쪽으로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원전 수출 문제는 다른 부분과 달리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미국은 우리 원전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미국과도 상호 의존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한다. 정부는 미국이 원전 부품 및 설비 지원 등을 통해 수출을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