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美중년 열풍… 화장하는 아저씨들

입력 2013-04-24 18:07


초등학교 남자교사 김모(34)씨는 아침마다 세수한 뒤 스킨, 로션, 에센스, 아이크림, BB크림, 컨실러, 아이라이너를 얼굴에 차례로 바르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화장품을 살 때는 하루 날을 잡아 브랜드별로 제품을 직접 발라본 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다. 김씨는 “여드름이 쉽게 나는 지성 피부여서 이렇게 관리하기 전에는 학생들이 놀려대 지도에 어려움이 따랐다”고 했다.

한국 남성들이 ‘꾸미기’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남성용 스킨케어 제품(스킨, 로션, 크림 등 기초화장품)은 5500억원 규모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설문조사에선 남성의 9.2%가 비비크림, 아이라이너 등 색조화장품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인터넷엔 블로그 ‘화장남(男)’을 비롯해 남성들이 화장품 정보와 사용법을 공유하는 각종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남자들이 이렇게 화장을 하는 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외모도 경쟁력이 된 세태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강모(28)씨는 “면접 때마다 ‘어딘가 유약해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원인을 찾아보니 옅은 눈썹 때문인 듯했다”며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지난달 반영구 눈썹 시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꽃중년’ 열풍에 40∼50대도 화장에 적극적이다. 인터넷 쇼핑몰 11번가는 지난해 40∼50대 고객을 상대로 한 화장품 매출이 2011년보다 60%나 증가했다. 중견기업 간부 이모(52)씨는 “회사에서 같은 연차, 같은 나이라도 젊어 보이고 가꿀 줄 아는 사람이 퇴직 시기도 늦다”며 “지난해부터 인터넷으로 각종 안티에이징 화장품과 마스크 팩 등을 구입해 꾸준히 피부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적당한 꾸밈은 자신감을 갖게 하고 대인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