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폭발”… 美 트위터 메시지 소동

입력 2013-04-24 17:52

보스턴 마라톤 사건으로 테러 공포가 만연한 미국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해킹 집단이 가짜 트위터 메지지로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

시리아 친정부 집단인 ‘시리아 전자 부대(SEA·Syrian Electronic Army)’가 23일(현지시간) AP통신 트위터 계정을 해킹하고 “백악관에서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쳤다”는 가짜 메시지를 전송하자 상승 출발한 뉴욕 증시마저 급락했다. 200만명의 팔로어에게 전송된 메시지는 순간 4000여회 리트윗되면서 소문이 확산됐다. 테러 공포에 짓눌린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이다.

SEA의 해킹이 처음은 아니다. 미 공영라디오방송(NPR)과 영국 BBC, 로이터통신, 중동 위성방송 알아라비야 등 아사드 대통령에 관해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사 트위터를 잇따라 해킹했다. 특히 지난 주말 미 CBS뉴스 간판 프로그램인 ‘60분’ 트위터 계정에 “단독: 테러가 미국을 강타했고 오바마는 뻔뻔하게도 알카에다와 한편이다”는 가짜 메시지를 썼다.

그러나 이번 AP통신 해킹은 테러 공포가 만연한 미국 사회에 일순간 충격을 가했다. 계속된 해킹으로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을 만한 SEA가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를 한때 150포인트나 떨어뜨린 것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조사에 착수했고 백악관도 진화에 나섰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오바마 대통령은 무사하며 정례 브리핑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급락한 주가도 회복됐다.

SEA의 이번 해킹은 미국이 최근 시리아 반정부 세력에 지원을 배로 늘리고, 비살상(non-lethal) 군사 장비를 지원 대상에 포함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중동 최대 화학무기 보유국인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레드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초기부터 아사드 대통령에게 하야를 촉구했다. 최근 이스라엘 정보기관 등이 시리아군의 화학무기 사용 증거를 제시하며 아사드 대통령의 위기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