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정치범 59명 사면

입력 2013-04-24 17:52

미얀마 정부가 23일(현지시간) 정치범 59명을 포함해 93명을 사면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이 미얀마 제재를 해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이번 조치는 EU의 민주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범 존재를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는 미얀마에서 이번 사면으로 민주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면 심사위원회에 속한 양심수 출신의 예 아웅은 “사면 대상자 중 최소 정치범 59명이 포함됐다”면서도 “소수민족 활동가 등 최소 300명의 정치범이 아직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 지도자와 인권운동가들은 정치범 석방이 서방의 제재 완화를 얻기 위한 협상카드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풀려난 정치범 코코기는 “항상 국제적 이벤트와 동시에 사면이 단행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정치범 존재를 인정하고 정치범을 모두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미얀마 양곤의 악명 높은 인세인 교도소에서 석방된 조 모에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만족스럽지 않다”면서 “여전히 교도소에 남아 있는 많은 친구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모에는 2008년 군사독재 정권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면은 EU가 미얀마의 민주개혁에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무기금수 조치를 제외한 모든 정치·경제 제재를 해제한 후에 발표됐다. 다만 EU는 소수민족에 대한 폭력이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미얀마는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도 대규모 사면을 단행했었다. 수십년간 경제 제재를 단행한 미국은 이후 자국 기업의 미얀마 투자를 허용하는 등 제재를 완화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정치범 존재를 부인하면서도 사실상 집권 기간 정치범 수백명을 석방해 왔다. 지난 2월에는 위원회 16명을 구성하고 야당 정치인 수감자를 대상으로 사건을 재심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군사독재 국가였던 미얀마는 2년 전 처음 민선 대통령을 배출하고 점진적 민주화와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