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강좌로 주민과 소통… 전도는 덤이죠”
입력 2013-04-24 17:58
NCCK 주관 열림교회 인문학 아카데미 현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육훈련원은 인문학을 소재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프로젝트 ‘지역교회 인문학 아카데미’를 올해부터 본격 진행 중이다. 교회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면 주민과 교회간 거리감을 좁히고 공교회성도 살릴 수 있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상계동 열림교회(나핵집 목사) 1층 소예배실에는 25명의 교인과 지역주민들이 창의성교육 전문가인 하종덕 교수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였다. 참석자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평소 교회에 다니지 않는 ‘비기독교 신자’들이었다.
2시간 정도 진행된 하 교수의 강의는 자녀의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법과 교육이론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게 주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강의 내용을 메모하며 경청했고, 강의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교인과 비기독교신자가 함께 한 시간이었지만 서로 다른 종교로 인한 이질감은 없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4세 아들을 둔 최선자(45·여)씨는 교회 밖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를 보고 강의에 참석했다. 최씨는 “늦게 아들을 낳고 나서 교육 정보에 목말라 있었는데 교회가 이런 강의를, 그것도 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열어준다는 사실이 매우 신선했다”며 “평소 교회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남편도 남은 강의에 참석하라며 흔쾌히 동의해 줬다”고 말했다. 최씨는 다음 강의에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의 다른 학부모와 함께 참석키로 했다. 교회에는 자녀의 하교시간과 맞벌이 주부의 일과시간을 피해 오전이나 오후 늦게 강의를 열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교인들도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만족했다. 이 교회 원장준(45·여) 집사는 “평소에는 주로 교인들하고만 교제를 나누는데, 교회에 다니지 않는 주민들과도 교류할 수 있게 돼 좋다”며 “교회에서 교리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새롭다”고 말했다. 백순(68·여) 권사는 “사실 교인이 아니면 교회에 한 번 들어서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교회의 문턱이 낮아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 지역주민들에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핵집 목사는 “우리 교인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접근성이 좋은 지역교회가 주민들을 위해 좋은 강의를 제공한다는 게 더 중요하다”며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현실에서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CCK 교육훈련원은 지난 3월과 4월 각각 서울 목동 산돌교회와 서울 녹번동 성암교회에서 인문학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5월 이후에는 7개 교회에서 진행하며, 참여를 희망하는 목회자는 교육훈련원의 ‘지역 목회자 인문학 모임’에 참석하면 된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