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다음세대를 세우자] 기독동아리의 힘! 선하고 멋진 아이들이 학교를 확 바꿨다
입력 2013-04-24 17:20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현장의 실천과 연합
기본적으로 기독교는 초절(超絶)의 종교가 아니라 초월(超越)의 종교다. ‘세상이 더럽고 악하니 산 속에서 도를 닦겠다’고 하는 것은 초절이다. ‘세상이 더럽고 악하지만 그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하는 것이 초월이다. 기독교는 초월의 종교다. 그러므로 수도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초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별’이 있어야 한다. 구별이 없으면 초월이 있을 수가 없다. 세상과의 단절과 세상과의 구별은 다른 것이다. 죄를 지을 수 있는 현장 자체를 피하는 것은 단절이요 초절이다. 그러나 죄를 지을 수 있는 현장에서 자신을 지키는 것은 구별이다. 초월을 위해서는 죄를 지을 수 있는 현장 속에서 자신을 구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에서 기득권을 탐해서도 안 되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성경의 원리가 지배하는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부흥은 교인 수의 양적 확장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공의와 사랑의 원리가 성도의 삶을 통해 사회에 흐르는 것이 부흥이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 세대 교육의 초점 역시 성경적 원리로 자라난 인재들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에 둬야 한다. 교회 안에서만 활동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세상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교육해야 할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신앙이다. 견고한 신앙을 갖춘 후에 하나님께 지혜와 실천의 용기를 구할 수 있다.
라이즈업무브먼트에서는 신앙훈련을 통해 이런 부분을 훈련시킨다.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인이 된 자신의 신앙적 정체성을 자각하게 한다. 또 은혜 받은 죄인이자 하나님의 자녀이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예수의 제자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가정과 학교를 위해 뜨겁게 기도하게 한다. 조모임과 멘토링 시간에는 이 뜨거운 신앙의 감동을 삶에서 실천하기 위한 방법이 어떤 것이 있는지 모색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제·시기·공동체별로 프로젝트를 세워 실제로 수행하게 하고, 그 실천이 개별적 차원에서 공동체의 연합으로 확장되게 이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변화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역사가 나타난다.
라이즈업 성남·용인지부 멘토인 박나희(21)씨의 여고생 때 이야기를 예로 들고자 한다. 나희는 라이즈업에서 훈련을 받고 크리스천 학생다운 삶을 살고자 학교 기도모임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학교 기도모임을 바라보는 친구들과 교사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매일 자기들끼리 모여서 울면서 기도하는 애들이잖아”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기도모임이 학교를 변화시키는 구별된 모임이 아니라 단절된 모임이었던 것이다. 학교를 위한 그리스도인의 연합이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종교집단으로 비친 것이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희는 기독동아리 변화 프로젝트, 나아가 이 동아리를 통한 학교 변화 프로젝트를 설정했다.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시기별 목표와 전략을 짜고, 기독동아리를 통한 학교 변화 3년 로드맵을 작성했다. 우선 기독동아리 친구들에게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알려주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나희를 비롯한 기독동아리 학생들은 학교에서 휴지를 줍고, 왕따 당하는 친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등 선한 일을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은 처음엔 “쟤네 뭐하냐? 주번도 지각생도 아닌데 왜 휴지를 주워? 왕따랑 어울리면 똑같은 찌질이가 되는 거야”라고 빈정거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변했다. 학교 선행상 후보로 나희를 추천했으며, 왕따시키던 친구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다. 기독동아리의 노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기독동아리 친구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기독교 문화를 즐겁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러 가지 행사를 열었다. 부활절에는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달걀을 예쁘게 포장해서 나눠줬고, 축제 때는 재미있고 유익한 게임을 진행했다. 시에서 후원하는 청소년 페스티벌에서 스킷드라마로 최우수상을 받아 교감 선생님의 칭찬을 듣기도 했다.
물론 기본에도 충실했다. 수업 시간에 졸지 않고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했다. 그래서 교사들 사이에선 “반 아이들이 기독동아리 학생들만큼만 되면 수업이 정말 쉽고 재미있을 것”이란 말이 돌았다.
기독동아리에 대한 교내 인식은 점점 개선됐다. ‘자기들끼리 모여 울면서 알 수 없는 말로 기도만 하는 애들’에서 ‘좋은 일에 솔선수범하는 착하고 멋진 애들’로 변한 것이다. 기독동아리는 매년 학교에서 전도 집회를 열어 3년 동안 200여명이 복음을 듣고 그중 4분의 1 정도가 결신하는 열매도 맺었다.
나희의 이야기는 다른 학교 기독동아리에도 귀감이 됐다. 라이즈업의 학교 기독동아리 연합모임에서 나희의 사례처럼 학교를 변화시키는 방법론이 논의됐고, 이후 많은 기독동아리에서 왕따 친구와 함께 식사하기, 교내 휴지 줍기, 화장실 청소하기 등의 선행을 하면서 기독문화 행사를 창의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런 기독동아리가 더 많아지고 인근 학교들의 기독동아리가 서로 연합해 지역을 위한 봉사를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아가 세계를 향해 이런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실제로 라이즈업의 기독동아리 연합모임에서는 인도의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티셔츠를 만들어 배송하는 일도 했다. 성경적 원리로 자라난 청소년들로 인해 성경적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아가 교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개별교회들이 모이고 지역 단위 교회 연합회가 힘을 합쳐 지역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 장학사업과 구제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나라 지역 교회들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하드웨어인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모든 교회가 건전한 목적으로 건물을 상시 개방한다면 시민들은 큰 혜택을 볼 것이다. 또 성도들이 한달에 1만원씩 지역 사회를 위해 헌금할 경우, 인구가 100만명인 도시에서 그리스도인이 15%라고 가정할 때 매달 10억원이 넘는 기금이 모이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교회에는 자발적으로 모이는 인력도 있다. 기도회 등 교회 관련 모임 후에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의 현장으로 가서 일손을 돕는다면 관공서와 모든 시민들로부터 대대적인 환영을 받게 될 것이다.
이타적인 정신과 안정된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서 하나의 방향과 목적으로 일주일에 최소 한번 이상 모이는 모임은 교회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핵심 멤버들은 수요일과 금요일, 심지어 매일새벽마다 모인다. 이런 집단이 교회 말고 또 무엇이 있을까.
지역 단위의 교회 연합이 일어나서 상실돼 가는 사회적 연대감을 회복시키는 일에 앞장설 수 있다면 복음의 토양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물론 지금도 개교회 차원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교회들이 있다. 그러나 지역 단위의 연합이 일어나면 그 영향력은 가히 놀라울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성경적 원리를 실천하는 삶의 교육과 연합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기성세대가 먼저 자신의 현장에서 성경적 원리로 삶을 살고, 그 연합의 장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 성경적 원리의 실천과 연합이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가장 약한 부분을 회복시킬 것이다. 나아가 복음의 근본적인 토양을 바꿈으로써 이 땅을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이 흐르는 성경적 사회로 만들어 교회와 하나님의 나라를 더욱 풍성하게 할 그날을 소망한다.
이동현 대표 <라이즈업무브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