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찻사발과 보성녹차가 만나면…

입력 2013-04-24 17:20 수정 2013-04-24 19:45


문경·보성 ‘상생의 축제’ 합작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축제는 경북 문경의 ‘문경전통찻사발축제’와 전남 보성의 ‘보성다향제 녹차대축제’. 명품 찻사발을 생산하는 문경시와 우리나라 최대의 녹차 생산지인 보성이 손을 맞잡고 ‘문경 찻사발에 담은 보성 녹차’를 소재로 상생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이다. 신록의 계절을 맞아 문경과 보성의 축제장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문경전통찻사발축제(경북 문경)

‘찻사발에 담긴 전통, 그 깊은 울림!’을 주제로 27일부터 5월 5일까지 열리는 문경전통찻사발축제는 올해로 15회째. 문경전통 도자기 명품전, 도예명장특별전, 전국찻사발 공모대전, 망댕이가마 불 지피기, 찻사발 깜짝경매, 대형말차 나눔행사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고려시대 건축물을 재현한 문경새재 오픈세트장에서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관람객들이 직접 도자기를 빚어보는 체험 프로그램들. 도자기 빚기는 물레 성형과정을 체험하는 이벤트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도자기 제작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성형을 마친 도자기는 가마에서 구워 택배로 보내준다. 초벌구이한 찻사발과 접시에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 파편으로 모자이크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잊지 못할 추억.

백두대간에 둘러싸인 문경은 도자기 제작에 적합한 사토와 소나무 땔감이 풍부한 고장. 여기에 낙동강과 남한강을 연결하는 영남대로의 길목에 위치한 덕분에 판로도 용이해 서민들이 사용하던 막사발이 대부분 문경에서 생산됐다. 문경에서 발견된 가마터는 모두 80여 곳으로 관음리의 가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망댕이가마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문경새재 제1관문(주흘관)에서 축제장인 오픈세트장과 제2관문(조곡관)을 거쳐 제3관문(조령관)에 이르는 6.5㎞ 길이의 문경새재 고갯길은 비포장 흙길로 트레킹 명소. 아이러니컬하게도 1970년대에 국토개발을 진두지휘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유독 문경새재길은 포장하지 말라고 지시해 자연 상태 그대로 남게 됐다고 한다.

김주영의 소설 ‘객주’의 첫머리를 열었던 문경새재는 문경과 충북 괴산을 잇는 백두대간 옛 고개로 김만중 정약용 이언적 등의 시가 화강암에 새겨져 있는 ‘시가 있는 옛길’을 비롯해 조선시대 관원들의 숙식장소인 조령원터, 신·구 경상감사가 업무를 인수인계하던 교귀정,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가 죽는 장면을 촬영한 용추 등 절경이 이어진다.

아웃도어 레포츠의 고장으로도 유명한 문경에는 패러글라이더 체험비행을 경험하는 문경활공랜드와 와이어에 몸을 싣고 숲 속을 질주하는 문경짚라인, 폐철로를 달리는 문경철로자전거, 스트레스 해소에 안정맞춤인 클레이사격장 등이 있다. 축제와 레포츠를 즐긴 후에는 칼슘중탄산 온천수와 알칼리성 온천수가 한 곳에서 솟아나는 문경종합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겨도 좋다. 문경을 대표하는 음식은 약돌한우와 약돌돼지고기(문경시 문화관광과 054-550-6392).

◇보성다향제 녹차대축제(전남 보성)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보성녹차!’를 주제로 보성다향제 녹차대축제가 다음 달 14일부터 19일까지 보성차밭과 한국차소리문화공원에서 개최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이벤트는 개막 퍼포먼스인 왕실혼례복식 패션쇼를 비롯해 티아트 페스티벌, 찻잎 따기, 차 만들기, 햇차 무료시음, 다도예절체험, 녹차뷰티미용건강체험, 보성소리 한대목 배우기 등 70여 종. 앞서 4∼6일에는 철쭉꽃이 만개한 일림산에서 철쭉제도 곁들여진다.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녹차밭을 걷는 차밭 나들이. 18번 국도를 따라 펼쳐지는 보성차밭 중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활성산 오선봉 자락에 위치한 대한다원 제1농장.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500m 길이의 진입로는 삼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햇살이 신비로운 곳으로 영화 ‘선물’에서 이정재와 이영애가 걸었던 길이다. 드라마 ‘여름향기’의 주요 촬영무대인 대한다원은 연초록 찻잎이 싱그러운 봄날에 수녀와 비구니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CF로 유명세를 치른 현장.

박유전 정응민 등 서편제 소리꾼들이 넘던 고개라고 해서 소리고개로도 불리는 봇재는 부챗살처럼 펼쳐지는 차밭 풍경이 시원하다. 봇재 정상의 다향각에 서면 등고선을 그리는 차밭의 풍경이 황홀하다. 봇재 아래에 위치한 도강마을은 서편제 소리꾼으로 유명한 정응민의 생가와 묘소가 위치한 곳.

보성이 꼭꼭 숨겨놓은 으뜸 비경은 회령다원으로 불리는 대한다원 제2농장. 일림산의 남쪽 자락에 위치한 회령다원은 산비탈에 조성된 보성의 여느 차밭과 달리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면적은 20여만 평으로 제1농장보다 작지만 주변이 확 트여 훨씬 넓게 보인다.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벌교엔 홍교, 소화다리, 철다리, 금융조합, 남도여관, 중도방죽, 회정리 교회 등 소설에 등장하는 건물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특히 태백산맥문학관에는 조정래의 육필원고를 비롯해 7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소설에서 토벌대가 묵었던 남도여관으로 묘사된 보성여관은 증축과 복원을 거쳐 카페 겸 실제 여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성의 별미는 녹차 성분이 함유된 녹차수제비, 녹차떡국, 녹차떡, 녹차김치, 녹차냉면, 녹차아이스크림, 녹돈, 녹우 등 30여 가지의 녹차음식. 율포해수욕장에 위치한 율포해수녹차탕과 보성다비치콘도의 녹차탕은 평일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보성군 문화관광과 061-850-5212).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