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멋있는 사석작전

입력 2013-04-24 17:20


이희성 9단은 입단 18년차로 사회에서는 한창 나이인 서른두 살이다. 하지만 바둑계에서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얼마 전 기사에서는 ‘노장기사 이희성 9단’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했다. 좀 서글프고 씁쓸한 기분은 들지만 운동선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세태에서 아무도 의식하지 않았던 이희성 9단이 서른이 넘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17연승을 거두며 2개월 사이에 랭킹이 10단계나 뛰어 49위에 올랐다. 요즘 날고 기는 어린 상위 랭커들에 비해 대단한 성적은 아니지만 30대에 들어서도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지난해에는 한국바둑리그의 락스타리거로 선발돼 어린 후배기사들과 함께 리그를 뛰기도 했다. 대국료도 작고 부담되는 경기였지만 “프로에게 경기가 있다는 것은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라며 고군분투하더니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번 17연승 기록은 단지 연승뿐만 아니라 4개 기전 가운데 3개 기전(바둑왕전, 한국바둑리그, 국수전) 본선 진출이라는 실속도 차렸다. “뚜렷한 목표는 없다. 다만 내가 얼마나 잘 둘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기보는 지난 16일 열린 제57기 국수전 예선 결승대국.

<장면도> 흑1의 응수타진에 백도 2로 반발한 장면. 3으로 끊어 예기치 못한 곳에서 전투가 시작됐다. 일단 우하귀 백이 두터운 모양으로 흑도 타개가 쉽지 않은 상황. 어떤 수순이 좋을까?

<참고도> 우중앙의 끊긴 백 한 점이 축이나 장문으로 잡히지 않는 상황. 단순히 흑1로 단수 쳐서 나가 보는 것은 책략 없는 수다. 6으로 막혀서는 흑 전체가 위험한 모양. 상대의 뒤를 따라 단수로 밀어주는 것은 대부분 속수에 속한다.

<실전도> 우중앙 백 한 점을 잡을 수는 없지만 지금은 흑1로 씌워가는 것이 모양의 급소. 백2로 단수 칠 때 다음 수가 중요하다. 여기서는 3으로 한 점을 키워서 버리는 것이 수순. 흑 두 점은 비록 잡히지만 5, 7로 중앙 쪽을 활용하고 9로 연결해서는 두텁게 처리된 장면. 멋있는 사석작전이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