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넘어 함께하는 우리로 (17)] “하나님께서 주신 능력과 물질 나누면 모두가 행복”

입력 2013-04-24 17:41


[인터뷰] YWCA 평화홍보대사 팝페라테너 임형주

한국 최대·최고 여성 단체인 한국YWCA에는 유일한 ‘남성’ 홍보대사가 있다. 바로 세계적 팝페라 테너이자 ‘기부천사’, ‘선행의 아이콘’ 등으로 불리는 임형주다. 지난해 10월 한국YWCA연합회 평화 홍보대사가 된 임형주는 나눔과 평화의 가치에 대한 그만의 시각을 갖고 있다. YWCA연합회 홍보팀은 지난 18일 늦은 저녁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데뷔 이후 최근 첫 번째 정통 클래식 앨범 ‘클래식 스타일(Classic Style)’을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임씨는 인터뷰가 있던 이날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축가를 부르고 왔다. 임씨는 장애인들의 최대 잔치인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노개런티, 즉 ‘재능기부’로 축가를 불렀다고 했다. 외모만 보면 임씨는 귀공자 같은 이미지로 우리 사회의 낮고 어두운 부분에는 전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앞장서서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과 희망을 주고 있다.

그의 나눔과 선행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 일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한다. 국내 데뷔 10주년, 해외 무대 데뷔 5주년이었던 2008년 그는 그동안의 수익금 중 100억원 이상을 기부해 저소득층 예술 영재들을 위한 비영리법인 아트원 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한 재단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올해도 임씨는 국내에선 이례적으로 시도되는 ‘대안 유치원’인 소르고 유아학교를 세웠다.

“제게는 올해가 국내 데뷔 15주년, 세계 데뷔 10주년이 되는 매우 뜻 깊은 해입니다. 그동안 제가 많은 분들께 과분한 사랑을 받았는데, 받은 사랑을 의미 있는 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자선 봉사활동이나 사회봉사활동에 대해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었는데, 교육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사회사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안 유치원을 시작하게 됐고 또 열성을 다해 운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가질수록 더 많이 갖고 싶은 것이 인간 본성일진대 그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더 많이 베풀고 나눌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아주 간단합니다. 기부는 제가 좋아서, 행복해서 하고 있어요.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재능과 물질을 나누는 것은 제가 행복해서 하는 거예요. 또 저는 나눔, 기부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저의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액수의 크고 작음이나 기부의 형태보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기부가 생활속으로 파고들어 일상적인 것이 되도록 하는 것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쑥스럽지만 제가 기부 사실을 공개하는 것도 기부의 기쁨과 중요성을 사회 곳곳에 알리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사람들과 나눌 때 가치 있고 기쁨이 있다는 소박한 진리를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 세계적 팝페라 테너답게 전 세계에서 유수의 공연을 펼치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공연이 많았을 테지만, 가장 최근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그는 3년 전 뉴욕 카네기홀에서 가졌던 무대를 꼽는다.

“뉴욕 카네기홀에서 한국전쟁 발발 60주년 기념 독창회를 했어요. 그때 참전용사들을 초청했는데 그날 티켓 수익금 전액을 한국전 참전 16개국 군인들의 후손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했어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수익을 내 세계 평화와 국가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임씨는 이때의 공로를 인정받아 유엔본부가 수여하는 한국인 최초 및 역대 최연소의 ‘유엔 평화메달’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그의 걸음은 분명 평화와 맞닿아 있다. 그는 최근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했는데, 남북이 자신의 욕심을 조금만 버리고 포기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우리보다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북한 수뇌부가 아니라 고통받는 북한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것의 근본적 목적은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 때문에 인간이 희생돼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임씨는 YWCA 북한어린이돕기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작년에 있었던 광주Y, 부산Y ‘북한 어린이 분유 보내기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리는 음악회’도 함께하며 마음을 모았다. 북한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물었더니 “같은 한민족으로서 남쪽에서 응원하는 사람들, 북한 어린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우리를 한민족으로 생각해주면 좋겠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You Raise Me Up’을 불러주고 싶어요.”

진정성 없는 사회봉사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 먼 훗날 음악활동을 줄이고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영화배우로서의 인생보다 아프리카의 고통받는 어린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더 행복했다’고 말한 오드리 헵번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 임씨가 YWCA연합회의 평화 홍보대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서연 간사 <한국YWCA연합회 홍보출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