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음악인생 이제 후반전… 트로트 문법 확 바꾸겠다”
입력 2013-04-24 17:35
5월 4일 데뷔 30주년 효콘서트 여는 설운도
가수 설운도(55)를 만난 건 23일 서울 한남동 한 식당에서였다. 이날 공개돼 각종 음원차트를 휩쓴 조용필(63)의 새 음반 얘기를 먼저 꺼냈더니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젊은 가수들 다 물리치고 다시 최고의 인기를 얻고 계신데, 그런 선배의 모습을 보니 용기가 생기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앞으로 만들어갈 음악 인생에 대한 청사진을 펼쳐놓았다. 다음 달 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여는 콘서트 ‘효(孝)’가 신호탄이다.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이 공연을 기점으로 그는 전통가요의 ‘패턴’을 바꿔버리는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첫 음반이 1982년 발매됐다. 그런데 왜 ‘잃어버린 30년’을 내놓은 83년을 데뷔 연도로 잡아 올해 30주년 공연을 여는 건가.
“내겐 83년이 의미 있다. 방송을 통해 이산가족찾기 열풍이 불면서 (방송에 쓰인) ‘잃어버린 30년’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내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됐으니 83년이 내겐 데뷔 연도다.”
-사실상 첫 단독 콘서트라고 홍보하고 있는데.
“소소한 공연이나 디너쇼는 그간 숱하게 열었다. 하지만 정성껏 준비를 해서,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콘서트를 여는 건 처음이다. 드라마틱한 공연이 될 것이다. 혼자 피아노를 치며 (조용필의 히트곡인) ‘창밖의 여자’도 부를 것이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보여주는 영상도 상영할 계획이다.”
-왜 이제야 이런 콘서트를 열게 된 건가.
“‘트로트의 선두엔 역시 설운도가 서 있구나’하는 느낌을 공연을 통해 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너무 강하다보니 함부로 콘서트를 열 수 없었다.”
-지난 30년 동안 숱한 히트곡을 배출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누이’를 꼽고 싶다. ‘누이’엔 옛날 우리의 ‘누나’들이 보여준 정(情)이 담겨 있다. 또 한 곡은 ‘잃어버린 30년’이다.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영원히 살아남을 노래다.”
-정전 60주년을 맞은 올해 제2의 ‘잃어버린 30년’을 발표할 계획은 없나.
“조만간 방송을 통해 내가 작사·작곡한 ‘금강산’이라는 가곡을 성악가 목소리를 빌려 공개할 것이다. 가사가 이렇다. ‘금강산 일만이천봉, 볼수록 나를 이끄네/ 겨레의 명산, 쏟아지는 폭포수/ …태양 아래 빛나고 잃었던 세월이 눈물 되어 흐르네/ 사랑하는 사람아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트로트 가수들이 히트곡을 배출하는 게 과거에 비해 뜸하다.
“가수들 책임이다. 조용필 선배가 발표한 노래 들어보면 시대를 읽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트로트 가수들은 우리 것만 고집했다. 대중은 귀를 열어두고 있다. 창조적인 음악을 해야 한다.”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 있다는 건가.
“내 음악 인생은 이제부터 후반전이다. 전반전은 탐색전이었다. 이번 콘서트 이후엔 가요사에 획을 긋는 작품을 내놓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트로트의 문법을 바꿔버리겠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