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막으려" 전남 고흥 시멘트 묘역 찬반 논란 가열

입력 2013-04-24 15:19

[쿠키 사회] “벌초가 힘들지만 매정한 처사 아니냐?” “멧돼지 등에 의해 묘가 파헤쳐지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

전남 고흥군 과역면 한 마을에 등장한 ‘시멘트 묘’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뜨겁다. 장묘문화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반대론과 바쁜 현대생활에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찬성론이 엇갈린다.

이 기상천외한 시멘트 묘가 조성된 것은 이달 초. 특정 가족묘의 봉분과 묘역이 온통 하얀 시멘트로 뒤덮였다. 이웃마을 주민의 가족묘들이 있는 묘역의 입구와 봉분 9기 등 350여㎡가 모래 섞인 시멘트로 도배돼 낯선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보름여 전 광주에 사는 종손이 종친들과 협의, 1700여만 원을 들여 시멘트 포장을 했다는 것이다. 종손 측은 조상의 묘가 야생동물에 의해 자주 파헤쳐지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낯선 묘역의 모습에 인근 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한 실정이다. “벌초만 잘 하면 될 일인데 조상 묘를 시멘트로 발라야 되느냐”는 비판과 “조상 묘를 제대로 관리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는 옹호가 맞섰다.

비슷한 시멘트 묘역은 과역면뿐 아니라 금산면 등에도 늘고 있다. 금산면 주민 박모(58)씨는 “봉분만 잔디로 하고 묘지 주변은 시멘트나 인조잔디를 깔아 멧돼지 등의 피해를 막는 묘지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며 “후손들이 조상들을 잊지 않고 찾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뒷맛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고흥=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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