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년 60세 의무화, 임금 유연성 확보가 관건
입력 2013-04-23 19:11
재고용 길 열어 임금·근로시간 교섭 가능토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소위가 어제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안에 합의함으로써 곧 닥쳐 올 고령사회에 대한 체계적 대응책 마련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는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가 이미 추진했던 방안이지만, 더 늦지 않게 국회가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는 급속히 진전되고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부터 줄어들게 돼 있다. 이미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매년 100만명 가까이 은퇴하기 시작했다. 정년을 정해 놓고 있는 300명 이상 기업의 평균 정년은 약 57세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53세에 불과하다. 이들은 일생 중 가장 많은 기간을 몸담았던 직장에서 물러난 뒤 자영업에 손댔다가 망하거나 비정규직을 전전하게 된다. 소득과 직업안정성이 ‘번지점프를 하듯이’ 급락한 이들 중·고령층은 가장 거대한 자살예비 집단을 형성한다. 이들의 정년이 연장되면 노후 빈곤이 완화되는 것은 물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도 시행에 앞서 중요한 선결과제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임금이 오르게 돼 있는 연공급제 하에서 생산성과 임금의 격차를 어떻게 해소하느냐는 것이다. 재계와 여당은 임금피크제를 포함한 임금조정을 법으로 강제하자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와 야당은 ‘임금 조정’ 문구를 넣으면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 같은 포괄적 표현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고도성장기에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연공급제를 선택했다. 젊을 때 자신의 생산성 기여분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는 대신 근속연수가 높아지면서 그 초과 기여분을 포함한 높은 급여를 받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장기근속자의 임금을 일방적·일률적으로 깎는 데 대한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여러 가지 업종과 직무의 성격을 무시한 채 임금피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면 노사합의를 거쳐 임금체계를 직무급과 성과급 위주로 바꿔가야 할 것이지만, 이것도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전 산업별로 직무급 테이블을 만드는 것은 많은 재원과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노조 이전에 재계가 한사코 반대한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경쟁기업 간 임금격차가 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물론 임금체계의 개편이 정답이라고 본다. 한 가지 대안은 일본의 경우처럼 정년제 폐지, 법정 의무정년 연장, 또는 퇴직 후 재고용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2011년 말 기준으로 법정정년(65세) 기준을 충족한 일본 기업의 82.6%가 재고용을 택했다고 한다. 재고용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노사간 협약을 통해, 노조가 없는 기업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기업은 업종과 재고용하는 직종의 특성에 따라 근로시간과 임금의 유연성을 살릴 수 있다. 임금과 고용안정성이 지나치게 저하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