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정노동자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입력 2013-04-23 19:06

국내 대기업 임원의 항공기 내 여승무원 폭행 파문을 계기로 눈물 흘리면서도 맡은 바 일을 웃으며 수행하는 ‘감정노동자’들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아울러 사태의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해당 기업과 항공사가 강력한 조치를 통해 일벌백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포스코 계열사의 한 상무가 지난 15일 인천공항을 출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뒤 ‘안전을 위해 벨트를 착용하라’는 여승무원의 지시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욕설을 하고 급기야 잡지를 말아 여승무원의 얼굴을 때리기까지 했다. 인격테러나 다름없는 이 같은 추태가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함마저 자아내게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 임원의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지 되묻고 싶다.

이런 일을 당하며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들이 비단 승무원뿐이겠는가. 전화상담원, 백화점·마트 직원, 은행원, 골프장 캐디 등도 고객에 대해 언제나 ‘을(乙)’의 입장에 놓여 있다. 불합리한 상황에서 화를 참다 보니 감정노동자들의 업무 중 스트레스 강도는 극심할 수밖에 없다. 2010년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조사에서 심리상담이 필요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감정노동자의 비율(26.6%)이 징계해직자(28.5%)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사태가 번지자 포스코 측은 임직원 윤리규범 위반 책임을 물어 해당 임원을 신속하게 보직 해임하는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해당 임원은 어제 사표를 제출해 곧바로 수리됐다. 포스코 측은 이번 사태를 임직원들의 윤리의식을 제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기내에서 발생하는 승무원 폭행이나 난동은 다른 승객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어 중대한 범죄행위로 간주된다. 그럼에도 대한항공 측이 이번 사태에 법적 대응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을 관용의 차원으로만 보는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노동자들을 마치 하인처럼 다루는 행태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