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진 피해 지역 위생 비상
입력 2013-04-23 18:54 수정 2013-04-23 22:20
‘4·20 루산 지진’ 발생 4일째인 23일 그동안 긴박하게 진행됐던 인명 구조 작업이 장기 체제로 전환되면서 재해지역 주민 구호가 새로운 과제로 부각됐다.
무엇보다 지진이 할퀴고 간 지역 곳곳에 천막이 무리를 지어 들어섰으나 임시 화장실이 거의 마련되지 않은 데다 단수까지 겹쳐 주민들의 보건 위생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이날 쓰촨성 루산(蘆山)현 일대에는 비까지 내려 천막생활과 구조 활동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여기에다 넘쳐나는 쓰레기도 제때에 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특히 여진은 계속되고 있지만 안전모는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다.
야안(雅安)시의 경우 도심을 가로지르는 칭이(靑衣)강 주변과 공원, 학교 등에 천막이 설치됐으나 화장실은 거의 준비되지 않았다. 루산현청 소재지는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이곳이 사실상 ‘현장지휘본부’ 기능을 하다보니 각급 정부, 군, 경찰, 방역기관, 통신회사 등의 엄청난 인력이 갑자기 몰려 거대한 천막촌이 형성됐으나 임시 화장실은 찾기가 어려웠다.
현급 아래 시골 마을인 향·진 재해지역에서도 집 마당이나 빈터, 농토 등에 천막을 세웠지만 급한 일을 처리하기에는 도시 지역보다 오히려 나은 편이다.
루산중학교에 마련된 천막촌에는 이날 빗물이 천막 안으로 스며들어 침구가 젖은 곳이 적지 않았다. 더욱이 시골 지역에는 천막이나 음용수도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루산까지 도착한 구호 물품들이 효율적으로 전달되지 못한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위험한 지진 현장을 오가는 인력 누구에게도 안전모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 지진 현장을 찾았던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군인들도 철모가 아닌 작업모를 쓴 채 동원됐다. 소방대원들만 유일하게 자체 안전모를 착용했을 뿐이다. 여진은 23일 오전 8시까지 3333차례나 발생, 규모 5.0 이상도 4차례나 됐다. 기자의 숙소에도 밤사이 천장과 벽체의 일부가 떨어져 내렸다.
한편 홍콩 정부는 지진 피해자 돕기 성금 기부를 위해 의회에 1억 홍콩달러 집행 승인을 요청했으나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중국 부패 관리들을 살찌울 뿐이라며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에밀리 라우(劉慧卿) 주석은 “중국에 부족한 것은 돈보다 시스템”이라면서 “성금이 부패 관료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홍콩 도시국가 자치운동(HKAM)’이란 단체는 의원들에게 지원 계획을 승인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편지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22일 오전 현재 사망 193명, 실종 25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중상자 968명을 포함해 1만2211명이다. 이재민은 18만6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주택 2만6411채가 완전히 붕괴하고 14만2449채가 심각하게 부서졌다. 이에 따라 건축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루산=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