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보호 위해 형이 테러 주도… 배후는 없다”

입력 2013-04-23 18:53 수정 2013-04-23 22:20

보스턴 폭탄테러 용의자로 생포된 조하르 차르나예프가 “형(도주 중 총격으로 사망한 타메를란 차르나예프)이 공격의 주동자이며 국제 테러단체가 배후는 아니다”고 진술했다고 미 CBS·CNN방송 등이 수사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하르는 목에 총상을 입어 서면으로 진행된 예비심문에서 “형은 이슬람을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려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등도 해외 테러조직과의 연관성을 현재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을 차르나예프 형제가 ‘극단적 이슬람주의’라는 종교적인 신념을 바탕으로 저지른 미국 내 ‘자생적인 테러’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이번 사건이 이슬람 테러 집단과 연계돼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이 테러집단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미 법무부는 이날 조하르를 대량살상무기(WMD) 사용과 재물 손괴 등 두 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조하르에 대한 첫 심리는 5월 30일로 예정됐으며 연방법원에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사형선고까지 가능하다. 공화당 일부 의원이 조하르를 ‘적국 전투원’이라며, 군사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간 형사재판으로 방향이 잡혔다.

이와 함께 수사 당국은 사망한 용의자 타메를란 차르나예프가 ‘9·11 테러’ 발생 10주년을 즈음해 일어난 일련의 살인사건과 연관됐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ABC방송이 보도했다. 이번 마라톤 테러 발생 지역 인근에 있는 매사추세츠주 월덤 지역의 검사는 타메를란이 2011년 월덤에서 3명이 희생된 브렌던 메스 살해사건의 용의자인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메스가 프로권투 선수가 되기를 희망했던 타메를란과 함께 권투 연습을 해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형 타메를란의 러시아 방문 때 항공사가 그의 이름을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수사 당국이 추적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린제이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이날 FBI 부국장으로부터 브리핑 받은 내용이라며 타메를란이 미 정부의 감시 목록에 올라 있었음에도 러시아 여행을 하는데 주목받지 못했으며 이는 그의 이름이 잘못 표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수사관계자들은 항공사 측이 러시아행 탑승객 명단을 제출할 때 이름을 잘못 썼다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