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 감성 담긴 뮤직비디오… ‘제2 백남준’ 룸펜스가 제작

입력 2013-04-23 18:28 수정 2013-04-23 10:11


조용필의 음악 생애 첫 뮤직비디오 ‘헬로’는 19집 앨범만큼이나 조용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고 신선했다. 23일 쇼케이스 현장에서 공개된 뮤직비디오는 캐나다를 배경으로 옆집 소녀를 보고 사랑에 빠진 소년이 터질 듯한 마음을 기타 연주를 하며 발산하는 내용이다.

“반전이 있을 것”이라던 예고대로 다소 아련한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암시했던 뮤직비디오 티저와는 확실히 달랐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이 옆집 소녀를 향해 방의 벽을 뚫고 나가고, 폭죽이 터지는 하늘 위로 버스가 날아가는 엔딩 장면이 강렬하다. 조용필은 소년의 방에 붙어 있는 대형 브로마이드와 TV 속 ‘록스타’로 반짝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해외 팝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은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리는 비주얼 아티스트 룸펜스(본명 최용석·32)가 만들었다. 지난 1월 말 조용필은 룸펜스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가왕 조용필이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현역 뮤지션이다. 내 이름의 무게에 구애받지 말고 음악을 느낄 수 있는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룸펜스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직접 만나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워낙 자기 색깔이 강한 룸펜스였지만, 조용필이라는 유명 가수와의 작업인 만큼 요구하는 대로 맞춰줄 수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단다. 그는 “선생님이 노래하는 모습을 멋있게 찍어드려야겠구나 생각하고 갔는데 오히려 자유롭게 하라면서 젊은 사람들이 기성세대로 취급하는 ‘조용필’이 안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한텐 이 곡이 캘리포니아 해변이 떠오르는 감성적인 로큰롤 음악으로 들렸다”며 “그런 감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용필 노래를 틀어놓고 가수 흉내를 내던 어린 시절 경험을 담아 상대적으로 젊은 팬 입장에서 선생님에 대해 갖고 있는 경험과 감정을 뮤직비디오에 녹였다”고 했다.

룸펜스는 이 작업을 위해 지난 2월부터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촬영했다. 판타지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후반의 CG 작업 등에도 공을 들여 제작 기간이 두 달을 훌쩍 넘겼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