歌王의 ‘헬로’, 전국이 “헬로~”
입력 2013-04-23 18:28 수정 2013-04-23 10:05
가수 조용필(63) 이름 앞엔 늘 ‘가왕(歌王)’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족적 하나하나가 가요계 전설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왕의 새 음반 소식은 2003년 18집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이후 들려오지 않았다. 그의 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콘서트 무대뿐이었다.
이처럼 공연에만 매진하던 조용필이 23일 10년 만에 새 앨범 19집 ‘헬로(Hello)’를 들고 돌아왔다. 수록곡 10곡 가운데 상당수는 환갑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는 ‘청춘의 음악’들이다. 신보를 학수고대한 팬들, ‘조용필’이라는 이름이 낯설었던 젊은층 등 거의 모든 세대가 가왕의 귀환에 열광하고 있다.
릐음원차트 ‘들썩’…‘조용필 신드롬’ 부나=새 음반 타이틀곡인 ‘헬로’는 이날 낮 12시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자마자 멜론, Mnet 등 주요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일부 차트에선 당대 최고 인기가수 앨범이 나왔을 때 나타나는 ‘차트 줄세우기’(음반 수록곡들이 차트 상위권에 줄을 지어 랭크되는 것) 현상이 나타났다. 음원차트 벅스에선 한때 1∼10위까지 수록곡 10곡이 모두 진입했다. ‘조용필’ ‘조용필 hello’ 같은 단어는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이 같은 열풍은 오프라인에서 미리 감지됐다. 이날 새벽부터 서울 시내 대형 음반 매장에는 그의 앨범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조용필의 전성기 때인 1980년대나 볼 법했던 풍경이 2013년 재현된 것이다. 서린동 영풍문고 종로점 앞은 매장 문을 열기까지 2시간 반이나 남은 오전 7시부터 이미 2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계천 변을 끼고 줄지어 서 있었다. 오전 9시가 되자 400여명으로 늘어나 250븖가량 줄을 섰다.
행렬에는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경남 김해에서 올라온 40대 중년 여성, 조용필의 열혈팬인 부모님에게 선물하려고 줄을 선 20대 청년 등 다양한 연령대의 팬들이 모습을 보였다. 매장 관계자는 “밤 기차를 타고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들은 7∼8시간 이상 기다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음반 발매에 앞서 지난 16일 미리 공개한 신곡 ‘바운스(Bounce)’로도 음원차트를 석권했었다. ‘바운스’는 라디오 방송횟수 1위, 이동통신 3사 컬러링과 벨소리 인기차트 1위에도 올랐다.
릐화려한 쇼케이스, 가왕의 귀환을 알리다=조용필은 이날 오후 8시쯤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취재진 400여명과 가요계 관계자들, 팬 등 모두 3000명을 초청한 가운데 생애 첫 쇼케이스를 열었다. 팬들은 콘서트 시작 전 ‘바운스’가 흘러나오자 들뜬 모습으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쇼케이스에선 ‘헬로’ 뮤직비디오가 최초 공개된 데 이어 ‘걷고 싶다’ ‘말해볼까’ 등 수록곡들이 노래와 어울리는 영상과 함께 차례로 상영됐다. 박정현 국가스텐 등 후배 가수들의 축하무대도 이어졌다. 조용필이 무대에 등장한 건 9시8분쯤이었다. 그는 ‘바운스’를 노래하기 시작했고,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열광했다. 조용필은 서울대 송호근 교수가 작사한 ‘어느 날 귀로에서’와 ‘헬로’ 등을 불렀고, 공연장엔 ‘사랑해요’ ‘오빠’ 같은 함성이 메아리쳤다.
조용필은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방이동 체조경기장에서 여는 콘서트를 시작으로 대전, 경기도 의정부, 경남 진주, 대구 등을 아우르는 전국 투어에 나선다. 김나래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