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기업 현실에 맞는 임금피크제가 대안”
입력 2013-04-23 18:25
재계는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법안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재계는 정년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보다 기업의 현실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 고용 연장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동반성장 문제로 이견을 보였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정년 연장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논평을 내고 “정년 60세 이상인 기업이 전체 기업의 37.5%에 불과한 실정에서 국회가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정년 60세를 서둘러 의무화한 것은 유감스럽다”면서 “이번 조치로 기업은 인력 운용에 큰 부담을 지게 됐으며 청년실업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번 법안 처리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계가 이번 법안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기업들의 부담 가중과 청년실업 악화를 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의 등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年功)급 임금체계로 인해 60세 정년이 법제화되면 기업들의 고령 근로자 고용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 없이 이뤄지는 정년 60세 의무화는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오히려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가 내놓은 국제비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관리·사무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1년 미만의 신입사원과 비교할 때 2.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산직의 경우 신입사원보다 2.41배 더 받았다. 이는 독일 프랑스 등의 1.2∼1.5배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정년 60세 법제화보다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하고 고용경직성을 완화하는 것이 고용 연장을 위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다양한 유형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년퇴직 이후 촉탁직 또는 계약직 등의 형태로 다시 고용되는 고용연장형(재고용), 정년연장과 함께 임금조정을 병행하는 정년연장형, 기존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임금을 조정하는 정년보장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재계는 이어 60세 정년을 강제화하면 신규 인력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청년 구직이 더 힘들어지고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인사 적체를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근로자들의 사기 저하도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년연장 문제는 개별 기업들이 노사 간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