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야 의원 168명 야스쿠니 신사 참배… 1989년 이후 최대
입력 2013-04-23 18:19 수정 2013-04-23 22:34
일본이 엔저(円低) 공습에 이어 우경화 폭탄으로 한국 등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의 여야 국회의원 168명은 23일 오전 2차 세계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각료 3명의 참배에 항의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 계획까지 취소했지만 아랑곳없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 답변에서 침략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 “침략이라는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밝혔다. 전날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침략전쟁의 과오를 일정 부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참배 의원 수는 기록 확인이 가능한 1989년 이후 가장 많았고, 참배 인원이 100명을 넘은 것도 2005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매년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 때 야스쿠니를 참배해온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은 30∼8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총선에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당선자가 늘면서 참배 인원이 대폭 증가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치권의 보수화 추세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전쟁범죄자들이 합사돼 전쟁을 미화하는 곳”이라며 “이들이 참배하는 게 주변국 국민들에게 어떤 생각이 들게 하는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도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해 “근본적으로 아베 내각의 역사인식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일본의 행위는 아시아 이웃나라와 국제사회의 경계 대상”이라며 “어떤 방식이든, 어떤 신분이든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본질은 일본 군국주의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원 모임 회장인 오쓰지 히데히사 자민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나라를 위해 순직한 영령에 참배하는 것은 어느 나라도 하는 일”이라고 강변했다. 아소 부총리도 “그동안 야스쿠니 신사에는 매년 두세 차례 참배해 왔다”면서 새삼스럽게 이야기될 일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조차 일고 있는 비판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중국, 한국과의 협력을 어렵게 함으로써 결국 일본의 국익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아베 신조 정권이 높은 지지율 때문에 긴장감이 떨어진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맹경환 남혁상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