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우리 연설도 좀 들어 주세요”
입력 2013-04-23 18:13
“연설하고 나면 맥 빠지는 게 사실이다.” “우리쪽 선거 운동원들을 앉혀 놓고 연설하는 격이다.”
민주통합당 5·4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유성엽, 신경민 후보의 푸념이다. 전국순회 합동연설회가 열리고 있지만 최고위원 경선은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전대는 당 대표와 4명의 최고위원을 뽑는다. 대표와 최고위원은 분리해서 선출한다. 때문에 일찌감치 대표 선거는 ‘1부 리그’로 불린 반면 최고위원 경선은 ‘2부 리그’로 폄하돼 왔다.
이런 와중에 최고위원 후보들은 연설회에서도 ‘들러리’ 신세다. 당 대표 후보 3명의 연설이 끝나면 대의원들이 대거 퇴장하는 통에 최고위원 후보 연설은 공허한 메아리만 외치는 모양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고위원들은 21일 광주·전남 연설회는 다른 지역과는 좀 다를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의 텃밭이자 정치 관심도가 높은 지역이라 최고위원들한테도 관심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다. 최고위원들은 부인들까지 총동원해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연설회 시작 30분 만에 최고위원 후보들은 다시 고개를 떨궈야 했다. 강기정 김한길 이용섭 당 대표 후보들의 연설이 끝나자 당초 2000명을 넘던 참석자들 중 1000명 이상이 행사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급기야 조경태 후보가 마지막으로 연설할 때는 고작 100여명만 지켜봤다.
상황이 이렇자 최고위원 후보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신경민 후보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고위원 연설을 먼저 하고 당 대표 연설을 나중에 해야 한다”고 했다. 우원식 후보는 “지역마다 투표하지 않고 5월 4일 당일에 ‘원샷’ 경선 방식을 도입했는데 흥행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안민석 후보 측은 “당 대표 후보들이 지역 대의원들과의 간담회 약속도 독차지하기 때문에 우리는 약속도 못 잡고 있다”고 불평했다. 이제 합동연설회는 강원(26일) 인천·서울(27일) 경기(28일)만 남았다. 최고위원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제발 우리 연설도 좀 들어 달라”고.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