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금 지원받으면 신불자 벗는다
입력 2013-04-23 18:33 수정 2013-04-23 22:18
“외환위기 때 신용등급을 한 번 조회한 이후에는 실망할 것이 뻔해 들춰보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제가 신용불량자 신세에서 벗어나는 건가요?”
국민행복기금이 채무조정 가접수를 받기 시작한 지 이틀째인 23일 서울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3층 상담창구에서는 “신용등급이 언제 올라가느냐”, “곧바로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것도 가능하냐”는 채무자의 질문이 쇄도했다. 상담원들은 “신용등급이 언제·얼마나 올라가느냐고 단적으로 문의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떻게 대응해야 정확한 것이냐”고 서로 의견을 묻기도 했다.
국민행복기금이 채무조정 신청을 승인하면 채무자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신분에서 벗어난다. 약정이 체결된 순간 해당 채무자의 연체 정보가 금융권에 공유되는 신용정보에서 모두 삭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신용자의 신용등급 자체가 금방 오르지는 않는다. 채무자의 신용정보에서 연체기록은 사라지지만 ‘신용회복 지원 중’이라는 기록이 2년간 따라다니게 된다. 또 채무를 제때 상환했는지 일정 기간을 두고 평가받아야 한다.
국민행복기금 관계자는 “적어도 1∼2년간 채무 상환을 성실히 했다는 기록이 쌓여야만 신용등급이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가 연체 이력, 부채 정도, 신용거래 기간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산정하는 신용등급은 보통 1년 단위로 갱신된다. 이 관계자는 “채무조정 뒤 통장은 쉽게 만들 수 있겠지만,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으려면 2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신용등급 상승에 분명히 유리할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신용정보는 개인의 동의 하에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국민행복기금에 축적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과거 희망모아·한마음금융의 사례를 볼 때 신용등급은 채무조정 개시 1년 만에 평균 0.4등급 상승했다.
국민행복기금은 채무조정 신청자의 상환 성실성 등을 점수화해 신용평가사에 제공한 뒤 이를 신용등급 산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검토할 예정이다. 채무자에게 신용등급 상승이라는 목표를 만들어 줘서 일회성 채무 탕감이 아닌 지속적인 자활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도덕적해이 논란을 불식하려는 의도도 있다.
국민행복기금 관계자는 “기금이 자체적으로 평가한 채무자의 상환 태도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신용평가사가 참고토록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