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약자 권익 침해 안돼” 一聲
입력 2013-04-23 18:09 수정 2013-04-23 22:18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첫날부터 대기업을 정조준했다. 재계 반발 등으로 주춤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뜻을 천명하면서 ‘노대래호’ 공정위와 대기업 간 힘겨루기도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노 위원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집중 성토했다. 그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가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당한 활동에 대해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경제민주화를 정의하면서 예시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든 것이다.
노 위원장이 밝힌 중점 정책 방향의 1순위도 부당한 활동에 의해 정당하지 않은 보상을 가져가는 대기업 집단의 구조와 행태를 철저히 시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대기업 집단은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면서 권한과 책임이 괴리된 바람직하지 못한 구조가 형성됐다”며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등 잘못된 관행을 근절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우선 논란이 일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조속한 입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노 위원장도 취임사에서 개정안의 취지, 재계의 오해 등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합리적인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의 또 다른 중점 과제인 ‘창조경제 구현 뒷받침’과 ‘카르텔(담합) 규제 시스템 재설계’도 대기업집단과 긴밀히 연결된 사안이다. 노 위원장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중소 벤처의 성장이 어려운 원인을 소수 대기업의 부당 단가 인하나 기술·인력 탈취 같은 불공정행위라고 제시했다. 카르텔 과징금의 실질부과율을 높여나가겠다는 발언 역시 ‘안 걸리면 좋고 걸리면 과징금을 내면 되지’라는 대기업들의 잘못된 행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노 위원장의 강력한 취임 일성에 청와대는 공정위 업무보고를 대면보고로 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당초 청와대는 부처 업무보고 전체 일정 지연 등을 이유로 공정위에 대해 서면보고를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취지 퇴색 논란이 일면서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받는 것으로 확정됐다.
노 위원장은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30년 전과 달리 앞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정착돼 경제 주체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과도한 규제로 가거나 균형을 잃지 않도록 유념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