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업체들 고사 위기… 특별재난지역도 물거품

입력 2013-04-23 17:59 수정 2013-04-23 22:09


“거래처와 최대한 빨리 회의를 잡으세요.” “지금 할 수 있는 게 비용 절감밖에 없어요.”

최근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A기업 대표이사는 이런 말이 수시로 나온다. 이 기업은 원청업체로부터 납품한 제품의 대금을 받지 못해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매일 거래처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면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고 토로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한 지 21일째로 접어든 23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조업중단 장기화로 인한 피해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개성공단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조속히 선포하는 한편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주재원 대신 모기업 대표가 체류할 수 있도록 통행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입주기업의 호소에도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무산됐다. 안전행정부는 개성공단이 관련법상 재난으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에 따르면 재난은 태풍 등 자연재해와 화재·환경오염 등의 피해, 통신 등 국가기반체계 마비, 감염병 등에 따른 피해로 규정돼 있다.

현재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저마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납품계약 해지를 당했고 납품한 물건값을 받지 못해 직원들 월급을 주지 못했다.

입주기업 가운데 1곳인 대화연료펌프의 경우 최근 인도의 자동차부품 회사로부터 납품 계약을 파기하자는 공문을 받았다. 인도 회사는 공문에서 부품 거래처를 미국으로 돌렸다.

인도 회사 측은 “1주일 안에 우리가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형 시설을 돌려주든지 금형의 자산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쇼핑백 등을 제조하는 B기업은 수출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 기업은 개성공단에서 대부분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B기업 대표는 “지난해부터 일본 수출을 진행했고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올 초 일본 바이어들과 개성공단에 여러 차례 갔다”면서 “하지만 개성공단 사태가 터지면서 오히려 수출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C기업은 개성공단 생산량이 전체의 5% 수준밖에 되지 않아 생산 차질엔 어려움이 없지만 선투자된 원부자재를 회수하지 못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은 개성공단 입주 협력업체가 아직 납품하지 않은 계약 물량에 대해 공단이 정상화된 후 원래 계약대로 전량 공급받기로 했다.

코오롱이 생산을 의뢰하고 있는 현지 업체는 5개로 발주가 완료된 물량 중 입고가 지연되고 있는 물량은 7개 브랜드의 7만4000피스에 달한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업체 피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통일부는 이날 개성공단 지원단장 주재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세청, 중소기업청, 금융위원회 등 유관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추가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금융권을 통해 긴급유동성을 지원하고 기존대출 유예, 신규대출 금리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남북경협자금 대출 기업의 상환유예 연장, 무역보험의 긴급지원 조치, 세제 지원, 전기세 납부기간 연장 등도 실시 중이다.

서윤경 모규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