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위·변조 극성… 유흥업소, 청소년 ‘필터링’ 비상
입력 2013-04-23 17:54 수정 2013-04-23 23:01
“본인 신분증 맞아요? 사진이랑 얼굴이 다른 것 같은데…. 여기에다 검지를 올려 봐요.”
이달 초 인천 부평동 호프집에 들어선 A군(18)은 종업원에게 이런 요구를 받았다. 나이를 고친 ‘위조 주민등록증’을 들고 당당히 술 마시러 갔던 A군 일행은 “주민증 지문과 실제 지문을 대조해보겠다”는 말에 줄행랑을 쳤다. 이 업소 주인 김모(48)씨는 “가짜 신분증을 들고 오는 미성년자가 너무 많아 영업정지나 과태료를 피하려고 100만원을 들여 ‘신분증 감별기’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신분증 위·변조가 공공연히 이뤄져 유흥가마다 청소년들과 업주 사이에 이런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신분증 위조로 적발된 청소년은 1478명이나 됐다. 현행법상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위조하면 중범죄(공문서 위조)로 분류돼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처벌조항에도 불구하고 가짜 신분증으로 성인 행세를 하려는 청소년이 워낙 많다보니 유흥업주는 ‘벌금폭탄’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23일 포털사이트에서 ‘신분증 위조’라고 검색한 결과 주민증 글씨체를 다운받아 공업용 아세톤으로 새기라는 등 여러 가지 위·변조 수법이 공유되고 있었다. ‘주민증 위조해드립니다’라고 글을 올린 네티즌에게 직접 문의 메일을 보내자 “카카오톡으로 사진만 전송해주면 5만원에 당일 (위조 주민증을) 배송해준다”는 답변이 왔다. 운전면허증 위조가 전문이라는 네티즌은 “원하는 연령대와 지역을 말해주면 실존 인물의 인적사항이 적힌 운전면허증으로 맞춤 제작해준다”며 “60만원이면 공공기관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정교한 홀로그램까지 새겨준다”고 했다.
유흥업소를 찾는 청소년의 발길이 잦던 부평역 일대는 최근 들어 호프집마다 입구에 ‘신분증 감별기 설치 업체’란 현수막이 세워졌다. 업주들은 특수 단말기를 도입해 주민증에 부착된 지문과 실제 지문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단말기를 개발한 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신분증 위·변조가 워낙 교묘해 육안으로 감별키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단말기를 설치한 가맹 업체는 전국에 3000개가 넘고 가맹 문의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위·변조 신분증으로 의심될 경우 사용자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정보와 대조해보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58)씨는 “얼굴이 어려보이거나 신분증 사진과 다를 경우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보여 달라고 해서 프로필 정보와 대조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동의 한 편의점 주인 김모(38)씨는 신분증 검사를 꼼꼼히 하면서 매달 서너 개 위조 신분증을 압수해 경찰에 넘기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담배 한 갑 팔아봐야 200원 남는데 미성년자에게 팔다 적발되면 3개월간 담배 판매가 금지된다”며 “누가 미성년자에게 팔고 싶어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