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폰까지… 이통사 보조금 혈전
입력 2013-04-23 17:48 수정 2013-04-23 22:33
갤럭시S4 출시를 앞두고 이동통신사들이 또다시 보조금으로 진흙탕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과다한 보조금 지급에다 현금을 지급하는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들에 경고를 보내며 진화에 나섰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지난 주말(20∼21일) 이통 3사 번호이동 건수가 올 들어 가장 많은 11만6555건에 달했다고 23일 밝혔다. 하루 평균(주말은 0.75일로 계산) 4만6622건으로 이통시장 과열의 기준이 되는 일평균 2만4000건을 훌쩍 넘었다. 통신시장이 매우 과열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4 출시를 앞두고 기존 재고물량을 털어내려는 것이 최근 시장 과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번호이동 조건으로 갤럭시S3(출고가 79만9700원)를 구입하면 현금 5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특정 이통사로 번호이동을 하면서 7만원대 요금제와 데이터 공유 요금제를 선택하는 조건이다. 갤럭시노트2(출고가 99만원)는 21만원에 구매 가능하다. 모두 방통위가 정한 보조금 기준 27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000원폰’도 유통되고 있다. 번호이동 조건으로 인기 단말기를 할부원금 1000원에 제공하는 것이다. 휴대전화 전문 커뮤니티인 P사이트 등에서는 지난 주말부터 갤럭시팝, 옵티머스 LTE3, 베가 No6 등이 1000원에 팔렸다.
불법 보조금 지급 수법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댓글이나 전화상담, ‘은어’, ‘암호문’ 등을 사용했으나 요즘에는 유튜브 링크를 통해 음성으로 실제 구매 가격을 알려주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화면 캡처가 불가능하고 링크된 파일을 언제든 지워서 증거를 인멸할 수 있어 정부 단속과 ‘보조금 파파라치’의 신고를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갤럭시S3를 최저가 할부원금으로 100대 한정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열면 ‘할부원금 알아보기’ 항목이 나오는데 여길 클릭하면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로 연결돼 음성으로 “지금 보고 계신 상품은 16만원입니다”라는 음성 안내가 나온다.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파파라치 신고를 우려해 게시물 캡처만으로는 불법 보조금 신고가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며 “실제 할부 원금을 안내하는 방법이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 주말 보조금 과열 양상을 보이자 23일 오전 이통 3사 대외협력담당 임원을 불러 경고 조치를 취했다. 방통위는 경고 조치에도 보조금 경쟁이 진정되지 않으면 시장조사를 통해 주도사업자를 처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만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시장조사 돌입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방통위는 이미 주도사업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