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 32년 만에 역사속으로
입력 2013-04-23 17:54 수정 2013-04-23 22:37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3일 현판 강하식을 마치고 끝내 문을 닫았다.
현판 강하식은 오후 3시 대검 청사 10층 중수부 사무실 입구에서 진행됐다. 채동욱 검찰총장, 길태기 차장 등 일부 간부, 중수부 연구관, 수사관 등 검찰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역대 중수부장 31명 중 박영수(61) 변호사만이 참석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은 거악 척결을 위해 큰 칼을 휘둘렀고, 굵은 붓으로 역사를 썼다”며 “훌륭한 중수부 수사시스템이 국민들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폐지된다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동열 서울고검 검사는 “특수수사에 대한 우리의 자부심 반대편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자라고 있었다”며 “무성하게 자란 그 불신을 넘지 못해 중수부는 막을 내리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행사 마지막 순서로 박유수 관리과장이 하얀 장갑을 끼고 중수부 현판을 뗐다. 현판은 4층 검찰역사관으로 옮겨졌다. 수사기획관을 역임했던 채 총장은 현판이 유리보관실로 옮겨지는 모습을 담담한 표정으로 끝까지 지켜봤다. 행사는 20분을 넘기지 않았다.
전직 중수부장들은 착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마지막 중수부장인 김경수 대전고검장은 “죄인이 된 심정”이라고 했다. 최재경 대구지검장은 “오늘 대구에도 비가 많이 내린다”고 쓸쓸한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해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아 검찰개혁안을 마련했던 안대희 전 중수부장은 “내가 무슨 할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검찰은 중수부에 관한 백서를 발간하고, 검찰역사관 안에 중수부 섹션을 설치할 예정이다.
검찰은 5월 말까지 특별수사체계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 ‘검찰 특별수사체계 개편추진 TF’를 설치했다. TF는 ‘특별수사 지휘 및 지원부서’가 새로 설치될 때까지 일선청에 대한 수사 지휘 및 지원 업무 등 최소한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오세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TF를 총괄하고 이동열 서울고검 검사, 이두봉 대구지검 부장, 조상준 대검 검찰연구관이 팀원으로 활동한다.
중수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지난달 여야 합의에 따라 폐지가 확정됐다. 중수부는 1949년 중앙수사국으로 출범한 뒤 81년 중수부로 개편돼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중수부는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82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95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2003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2006년), 저축은행 비리 수사(2011년) 등 대형 사건을 처리해 왔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