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盧 차명계좌 얘기 임경묵이 했다”

입력 2013-04-23 17:54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 중인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이 23일 자신에게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관련 정보를 준 ‘유력인사’로 임경묵(68)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지목했다. 1심 때 “누구한테 들었는지 밝힐 수 없다”고 버티다 실형이 선고되자 항소심에서 발언 출처를 공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임 전 이사장은 “엉터리 같은 소리”라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전주혜)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 31일 강연에서 말한 내용은 그 며칠 전 임 이사장으로부터 전해들은 그대로였다”고 주장했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 재직 당시 여러 사람들이 모인 식사자리에서 임 이사장을 처음 만났고, 2010년 3월 한 일식집에서 둘이 만나 식사를 할 때 이 얘기(차명계좌 관련)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임 이사장은 나보다 경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굉장히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너무나 정보력이 뛰어나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수차례 독대하고, 검찰 고위직과 친분이 있다’고 말한 유력인사가 임 이사장인가”라고 묻자 조 전 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임 전 이사장을 즉시 다음 공판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가안전기획부 출신인 임 전 이사장은 1997년 대선 당시 안기부 102실(대공정보 담당) 실장으로 ‘북풍 공작’에 개입했다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정원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에 임명됐다가 지난달 퇴임했다. 임 전 이사장은 “우연히 아는 사람들하고 모여 밥 한 끼 하는 정도지 개인적으로는 본 적이 없다”며 “차명계좌 관련 내용은 알지도 못하고, 알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조 전 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조 전 청장은 또 “(강연 이후인) 2010년 8월 대검 중수부 최고 책임자와의 통화에서 ‘이상한 돈의 흐름을 발견했었다’는 말을 들었고 그해 12월 경찰 정보관을 통해 중수부 금융자금조사팀장의 말도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중수부장이었던 이인규 변호사는 “그 사람(조 전 청장)과는 TV에서 본 것을 빼고는 알지도 못하고 얘기를 한 적도 없다”며 “황당하다. 저를 증인으로 신청해도 좋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일선 기동대장 상대 강연에서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