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天地人) 신학’, ‘흥(興)과 한(恨)의 신학’과 같은 한국적 신학이 제8회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의 주요 주제로 제시됐다. 우리 민족문화의 구성원리와 한국인의 감성구조를 반영한 신학이 기존 서구 사상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교회에서 열린 조직신학자 전국대회에서 허호익 대전신학대 교수는 ‘한국신학의 새로운 모색-왜 천지인 신학인가’라는 제목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허 교수는 “한국인들에게는 천지인의 조화라는 원초적 사유가 집단무의식 속에 흐른다”며 천지인 조화론을 신학의 해석 원리로 삼은 ‘천지인 신학’을 소개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천지인 신학은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 인간과의 수평적 관계, 자연과의 친화적 관계를 모두 아우른다. 구약의 핵심인 십계명을 천지인 조화라는 삼중적 관계로 해석하면 사람과 하나님,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바른 관계에 관한 계명이다. 예수가 역사적 실존(인간)이자 교회공동체로 실존(하나님의 아들)하며 우주로 실존(만유)한다는 그리스도의 삼성론(三性論)도 천지인 조화론과 상응한다는 게 허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서구의 이원론적 사상에선 신과 인간, 자연과 인간이 대립적인 실체로 분열돼 신성(神聖)의 포기와 자연 파괴, 인격 소외를 가져왔다”고 지적하면서 개인·사회·생태의 통전적 구원을 추구하는 천지인 신학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일준 감리교신학대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 교수는 ‘한국적 감성의 사이 구조 연구’ 발표를 통해 흥(興), 한(恨), 무심(無心), 정(情)이라는 한국인의 근원적 정서와 기독교의 접점을 모색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서로 이질적인 특질들을 품어내는 감성적 삶의 태도인 정은 한으로 쌓이거나 흥으로 표출되며, 때로 무심의 경험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박 교수는 “이런 감성구조에서 우리의 신학이 펼쳐나갈 가치는 하늘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여민락(與民樂)의 이상”이라며 “백성들의 아픔과 슬픔을 들어주고 맺힌 한을 풀어주며 신명나는 예배를 통해 고통을 함께 나눔으로써 성령을 체험토록 하는 것이 한국적 신학이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는 패배자로 나타나면서도 승리자로 끝나며 사람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며 해방의 웃음을 웃게 한다”면서 웃음을 잃어버린 것 같은 오늘날 우리 기독교에 해학과 풍자의 몸짓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천지인·흥과 한 이제 한국적 신학이다”… 한국조직신학자 전국대회
입력 2013-04-23 17:41 수정 2013-04-23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