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서점가 최악의 불황
입력 2013-04-23 17:46
경기부진에 출판불황, 도서정가제 붕괴까지 겹치면서 기독서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기독서점들이 문을 닫으면 기독 출판이 위축되고 이는 다시 기독서점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주말을 앞둔 지난 19일, 서울 신문로1가에 위치한 생명의말씀사 광화문점은 텅 비어 있었다. 책을 보는 사람들보다 바쁘게 책을 정리하는 점원들의 수가 더 많아 보였다. 이 기독서점은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어 서울의 기독교인들에게는 상징적인 곳이다.
광화문점 박재동 부장은 “출판사들이 가격을 인상해 매출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점을 찾는 손님이 급감했다는 점에서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5년 전만 해도 하루 400명 이상이었던 서점 방문객이 최근 몇 년 사이 200명 이하로 줄었다고 박 부장은 설명했다.
다른 기독서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5년 이상 같은 곳에서 영업을 했다는 서울의 한 기독서점 역시 오전 내내 3∼4명의 손님이 찾았을 뿐이다. 이 서점 대표 김모씨는 “3년 전만 해도 하루 500여명이 방문했지만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상황이 어렵다”며 “독서인구가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하지만, 기독서적을 읽는 기독교인의 감소 폭이 훨씬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서점협의회에 따르면 2007년 450여개였던 전국 회원 서점 수는 현재 300여개로 줄어들었다. 6년 사이 기독서점 가운데 3분의 1이 업종을 바꿨거나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서점 관계자들은 유명무실화된 도서정가제를 불황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임마누엘기독백화점 김민회(41) 점장은 “요즘은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에서도 기독서적을 판매하는데, 이들 서점은 10∼20%씩 할인해 주고 적립금까지 주고 있다”며 “기독서점들이 이를 따라가려면 결국 과잉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한기독교서회 서점사업부 김계원 대표도 “도서정가제를 강화해 대형서점들이 무리한 할인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해야 한다”며 “이전보다 강화된 도서정가제 개정 법안이 통과되면 기독서점도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판사들의 직접 판매도 도마에 올랐다. 한 기독서점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출판사들이 친분이 있는 교회에 월간지나 공과책 등을 서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납품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출판사가 직판을 하면 기독서점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판사가 직판을 하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기독출판 유통구조가 무너져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
생명의말씀사 광화문점 박 부장은 “우리는 문서선교의 사명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끝까지 서점을 경영할 것”이라며 “‘주님이 오실 때까지 불경기란 없다’는 사명감으로 힘든 상황을 버텨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노점수 한국기독교서점협의회 회장은 “외부환경은 어렵지만 기독서점들은 ‘하나님의 사업’을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우리 교우들만이라도 가까운 기독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살펴보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책을 구입해주면 기독서점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나성원 문동성 황인호 수습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