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보다 화사한… 양장과 우리옷의 만남

입력 2013-04-23 17:23 수정 2013-04-23 22:15


“너무 멋있고, 편하다고들 하시더군요. ‘정말 멋진 경험’이라며 ‘원더풀’을 외쳤습니다.”

외국인 40여명에게 생활한복을 입혀 패션쇼를 펼친 ‘질경이 우리옷’ 이기연 대표는 그 반응이 너무나 좋아 놀랐다고 했다.

이 대표의 패션쇼에 모델로 나선 이들은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의 ‘2013년 서울 총회’에 참가한 변호사들이었다. 대회 이틀째인 지난 18일, 그들은 봄날 저녁 이내가 내려앉기 시작한 경기 용인 드라미아(MBC 사극세트장) 인정전 내 야외무대에서 우리 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이 대표는 패션쇼 전날 벽안의 변호사 모델들에게 ‘한국옷에 담긴 철학’도 공부시켰다. 우리옷의 특성을 알아야 그 멋과 기능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여긴 때문이다.

이 대표는 특강에서 “지구상의 다양한 기후대가 공존하는 곳이지만 자원은 풍족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2000여 년간 쌓아 온 임상실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우리옷”이라면서 그런 옷을 입어 보는 이번 경험이 자원이 부족한 지구촌에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그 단초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말했단다. 우리 옷에 대한 문화적 배경을 들은 다음 옷을 직접 입어 본 외국인 변호사 모델의 절반 이상이 ‘우리 옷을 입겠다’며 구입해간 것을 보면 이 대표의 자랑이 결코 허풍은 아니다.

“옷에 몸을 맞춰야 하는 양복을 입던 이들이 입는 사람의 몸에 맞춰 주는 열린 구조의 옷을 입었으니 어떻게 편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우리 옷은 입체를 고려한 평면재단으로 바람이 통하는 자연친화적 옷이며, 인체의 기의 순환을 돕는 지혜를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입는 사람이 마음대로 연출할 수 있는 멋스런 여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치마말기는 정맥과 동맥이 교차되는 전중혈, 바지 대님은 부류 혈 자리를 지압해 순환을 강화해준다는 것. 머리 위쪽이 뚫려 머리 열을 식혀주는 남바위, 아래가 터져 있어 습기를 빼주는 여성속옷인 고쟁이 등도 대표적인 예다.

이 대표는 “제대로 된 생활한복이라면 바람이 통하고, 입는 사람에게 여지를 주는 우리옷의 정수를 그대로 담고 있어야 한다”면서 요즘 겉모양만 본뜬 엉터리 개량한복들 탓에 우리 옷의 장점이 퇴색돼 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외국 변호사들도 탄복한 우리 옷으로 올봄 멋을 내보는 것은 어떨까? 이 대표는 “양복에 익숙해져 우리 옷만 입기가 어색하다면 갖고 있는 양복에 우리 옷을 같이 입어 보라”고 권했다.

양복과 우리 옷이 어울릴까? 그게 될까? 걱정되는 이들을 위해 지상 패션쇼를 준비했다. 고구려시대 저고리 디자인을 발전시킨 재킷은 스커트, 남자저고리를 모티브로 한 블라우스는 스키니 바지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고쟁이를 현대화한 바지는 정장 재킷과 한 벌 같았다. 선비 두루마기를 되살린 겉옷은 트렌치코트보다 훨씬 멋스러웠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