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반성백서
입력 2013-04-23 17:17 수정 2013-04-23 17:30
얼마 전 한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들의 실수를 담은 반성백서를 발간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자신들의 좋은 점만 드러내기 쉬울 텐데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고 그 사례를 발표했다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실이었고 그 사례도 매우 구체적이어서 반성은 매우 진실해 보였습니다.
어떤 화물차 운전사는 넉 달 동안 기초노령연금을 받지 못했는데 공무원들이 잘못해서 그랬다는 것을 밝히고 죄송함을 표현했습니다. 담당 공무원이 다른 부서로 발령나면서 그분의 서류를 인수인계하지 않은 탓이라고 이유도 확실하게 밝혔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버스 공영차고지를 만들 땅이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되었는데 그 이유는 공무원들의 막연한 계획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무산됐기 때문이라는 등입니다. 이런 반성백서를 펴낸 지자체는 경기도 파주시였습니다. 이 백서에는 담당 공무원의 실명과 연락처까지 공개됐다네요.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공개하니 오히려 시민들의 용서를 받을 수 있고, 그런 자세를 시민들은 환영했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은 파주시의 반성백서처럼 정부나 다른 기관의 공직자들도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답니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교회를 떠올렸습니다. 이젠 교회가 이 같은 반성백서를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교회가 물의를 일으키는 일들이 왜 이렇게 많아지는지요. 교회라고 하지만 이는 대부분 교회 지도자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말하는 것입니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부끄러운 성적 범죄가 종종 일어나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합니다. 당사자는 쉽게 인정도 못하고 이런 저런 부끄러운 일이 더욱 확산돼 갑니다. 논문 표절 문제가 심각하게 인터넷을 달구기도 했습니다. 교회 지도자만의 일은 물론 아닙니다. 최근 서울대 교수를 비롯하여 영화배우, 유명 방송인 그리고 유명 방송 강사까지 모두 표절 시비에 휩싸였습니다. 그런데 그들과 우리들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고 물러나야 할 자리에서 물러나고 반성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왜 교회 지도자들은 반성조차 못하는 것일까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실수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면 바로 회개하고 사죄하고 바로잡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정말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지요. 그런데 심각한 것은 반성조차 하지 않는 것입니다. 미안해하지도 않는 뻔뻔스러움입니다. 반성하고 회개하면 용서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경멸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교회도 못하는 것을 세상이 먼저 하는 것을 보면서 목회자로서 한없는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개인적으로라도 반성백서를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