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노르웨이서 가공한 연어, 수요일 한국 마트에…

입력 2013-04-23 17:25


“행복하게 자란 연어가 맛있습니다. 아끼지 않고 투자해야 맛이 좋아지고, 소비자들이 좋아합니다. 그게 사업성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죠.” 지난 8일 노르웨이 북부 트롬쇠에 위치한 셀마(Salmar)사의 연어 양식장에서 만난 론 오리언 톰슨 지역 총괄 매니저는 자신있게 말했다. 북극권에 위치한 트롬쇠는 4월 중순인데도 체감 온도가 영하 5도까지 내려갈 만큼 춥고 눈까지 내리는 한겨울 날씨였다. 노르웨이 연어가 맛있는 이유는 수온이 낮아 지방층이 두껍게 쌓이면서 천천히 자라기 때문이다.

[르포] 부화서 수출까지 체계적 운영 현장을 가다

수온은 영상 1도. 수심 30m, 지름 50m, 용적 2만9000㎥의 거대한 원통형 케이지 8개가 차고 맑은 바다위에 떠 있었다. 이 곳에서는 100만여 마리의 연어가 동시에 자란다. 연어는 5∼6㎏ 정도로 자라면 출하된다.

하나의 케이지에는 물 속과 물 위에 카메라가 각각 한 대씩 설치돼 있어 24시간 모니터링되고 있다. 세계 순위 상위권의 연어 양식 및 수출입 가공업체를 가지고 있는 노르웨이는 부화 과정에서부터 바다 양식 과정을 거쳐 가공, 수출되기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음날 찾은 노르웨이 중부 스타방에르 지역 마린 하베스트(Marine Harvest)사의 치어 양식장. 이곳은 연어가 태어나 바다 양식장으로 가기 전까지 자라는 담수 양식장이다. 바다에서 담수로 올라가서 알을 낳는 습성을 가진 연어는 내장이 염분을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여기서 자란다.

부화소에 들어가자 가로 세로 각각 1m, 깊이 20㎝의 초록색 플라스틱 수조 17개에서 붉은 연어알들이 부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부화한 치어들은 꼬리 쪽에 영양분 주머니를 달고 천천히 헤엄쳤다. 마린 하베스트 관계자는 “연어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연중 상시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연어를 빨리 자라게 할 수도, 천천히 자라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어는 수온 4도에서 하루에 2∼3g, 13도에서는 8.5g 가량 자라며 물의 온도가 19도를 넘어서면 죽는다.

모든 노르웨이 연어는 이력서를 가지고 있다. 어디서 뭘 먹고 어떤 온도에서 어떻게 자랐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겨 연어에 문제가 생길 경우 추적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바다에 나갈 수 있을만큼 자란 연어는 2차례 예방접종 후 펌프로 물과 함께 배에 끌어올려져 바다 양식장으로 이동한다.

성장이 끝난 연어는 가공 공장에 도착, 피를 빼내고 내장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죽은 지 50분 이내에 냉장 포장된다. 가공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고 그 동안 연어의 체온을 1도 이하로 유지시키는 게 신선하고 품질 좋은 연어 제품을 생산하는 비결이다. 월요일 아침 살아있는 상태로 공장에 도착한 연어는 대한항공 전세기를 통해 화요일 아침 인천공항에 내려져 수요일 점심 대형마트에 진열된다. 전세기는 일주일에 세 번 뜬다. 노르웨이 수산물 위원회(NSC)에 따르면 지난해 노르웨이 수산물의 한국 수출물량은 2만3000톤으로 이 중 연어와 고등어가 각각 37%, 60%를 차지한다.

오스카 오문센 생산매니저는 “생선은 미생물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소를 시설 안에 운영하며 매일 샘플을 채쥐해 식품안전청으로 보내 검사받도록 한다”며 “특히 아시아 지역은 생선을 날로 먹는 경우가 많아 리스테리아균 등의 발생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식품안전청 등 수산물을 관리하는 정부 기관 및 연구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높다. 식품 관리와 사료 제조 등에 관한 식품안전법은 유럽연합(EU)법에 근거한다. 식품안전청의 역할은 생산된 식품이 EU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자체적인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위험성을 전달, 연구 및 공유하는 것이다. 모든 사업체는 HACCP 기준을 충족시키는 관리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야 사업권을 갖게 된다.

NSC에서 한국·일본 지역을 담당하는 헨릭 앤더슨 이사는 “노르웨이 수산물 정책의 핵심은 ‘건강한 생선, 안전한 식품, 지속가능한 생산’”이라며 “우리의 후손들도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처럼 다양하고 높은 품질의 수산물을 즐길 수 있게 해야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트롬쇠·스타방에르=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