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꿈꾸는 대통령과 ‘원조’의 만남… 게이츠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에 역할하겠다”

입력 2013-04-22 22:10


朴 대통령 “MS·구글처럼 역동적 성장, 비결 뭐죠”

빌 게이츠 “창업의 파이프라인 더 크게 만들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테라파워(TerraPower) 회장을 만났다. ‘창조경제’ 실현을 꿈꾸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컴퓨터 네트워크 혁명을 가져온 창조경제의 1세대 ‘파이오니어(개척자)’가 한자리에 앉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게이츠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45분간 면담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에서 핵심 중 하나가 창업”이라고 했다. 이어 “MS나 페이스북, 구글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일어난 기업들이 역동성을 유지하며 계속 성장해나갈 수 있게 하려면 나라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느냐”고 물었다.

게이츠 회장은 “한국은 여러 가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국가”라며 “박 대통령이 앞으로 창의력을 더욱 활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나가가겠다고 한 것은 현명한 구상”이라며 창조경제론을 치켜세웠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진전은 과학과 공학을 통해 이뤄진다. 공학 인력이 창업시장으로 흡수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창업이 어려우면 인재들이 대기업 취업을 선호한다. 그들이 (창업의 길로) 나올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게이츠 회장은 “한국이 원조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됐다. 아주 좋은 롤모델”이라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발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호응했다.

게이츠 회장이 4세대 원자로 개발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요청하자, 박 대통령은 “(테라파워와 한국의) 협력 계획이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테라파워는 사용후 핵연료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 무공해 에너지인 원자력 사용을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오전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만나서도 4세대인 진행파 원자로(TWR) 공동연구 방안을 제안했고 최 장관은 “한국이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SFR)가 TWR과 유사하다”며 일단 공동연구가 가능한지 타당성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게이츠 회장은 앞서 국회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박 대통령 방미 때 한·미원자력협정이 성사되도록 도와 달라”는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의 요청에 “바람직한 일들이 반드시 일어나고 원자력도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