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 박근혜 대통령에 공개편지

입력 2013-04-22 19:34

“이 불완전한 세상에서, 대통령님이 여성이란 사실은 앞으로 오랫동안 많은 이야깃거리가 될 것입니다. 행동 하나하나가 대통령님의 본질보다는 대통령님이 여성이란 관점에서 우선 해석될 것입니다.”

올해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원작자인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50)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편지를 띄웠다. 편지는 22일 출간된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원제 101 Letters to a Prime Minister)’(작가정신) 한국어판에 수록됐다.

마텔은 편지에서 “조금은 뒤로 물러나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독서가 필요하다”며 “현재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광적인 정치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대통령님이 진정으로 무엇을 하기를 바라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냉철하게 판단하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문학 읽기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픽션을 읽으십시오. 그것이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든 정치인이 원하는 것이 새로운 세계, 더 나은 세계를 이룩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이 책은 마텔이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에게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4년간 독서를 권하며 격주로 쓴 101장의 편지를 묶었다. 하지만 하퍼 총리는 짐짓 귀찮다는 듯 이런 답장을 보낸다. “솔직히 말해서 취미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 보좌관들이 준비한 보고서를 읽는 데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나는 소설이나 시, 희곡을 읽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이다.”

마텔과 하퍼 총리의 독서를 둘러싼 신경전은 아직 종결된 게 아니다. 왜냐하면 마텔은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부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대통령님도 그분을 만나시겠지요. 그분에 대해서 이것만은 알아두십시오. 하퍼 총리는 절대 문학 작품을 읽지 않습니다. 따라서 하퍼 총리는 똑똑하지만, 재미는 없는 사람입니다. (중략) 대통령님이 결코 본받아서는 안 될 정치인입니다.” 마텔의 편지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