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용희] 국방정신교육원에 거는 기대
입력 2013-04-22 19:19
‘국정원’ 하면 우리는 흔히 국가정보원을 연상한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가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기 전에 약칭 ‘국정원’이라고 불리던 기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바로 국방부가 지난 1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14년도에 설립하겠다고 보고한 ‘국방정신교육원(가칭)’이다. 옛 국방정신교육원은 1977년 국군정신전력학교라는 이름으로 창설됐다.
이후 군의 정신교육 강화에 관한 교육과 교리 및 제도 발전 등을 연구해오다 1990년 국방정신교육원으로 개칭된 후 김대중 정부 초기인 1998년 폐교되었다. 1998년 2월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군 구조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국방정신교육원, 국군간호사관학교, 국군 체육부대 폐지를 내걸었다.
이 중에 국군 간호사관학교와 국군 체육부대는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았으나 우리 국군 장병 정신교육의 산실이었던 국방정신교육원만 일사천리로 그해 12월 폐교되었다.
이후 햇볕정책, 남북 정상회담의 장밋빛 환상 속에 장병 정신교육은 끊임없이 도전을 받아왔고, 이전 정부에서조차 국방정신교육원과 같은 조직을 만들겠다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선정한 추진 과제를 끝내 실천하지 않았다. 심지어 국방부 안에 ‘국’으로 편성됐던 정훈조직을 ‘과’로 축소하기까지 했다.
국방정신교육원이 폐교된 후 육군은 종합행정학교 내 정훈공보학처에서 미약하지만 그 명맥을 유지하며 정신교육기관으로서 정훈장교를 양성하고 보수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해군과 공군은 체계적인 정훈장교 양성교육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자 우리 군의 간부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국가관, 안보관, 역사관을 올바르게 알려줄 정신교육 센터가 우리 군에는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체제인 북한 김정은 정권은 주민의 어렵고 궁핍한 생활은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며 연일 노골적인 전쟁불사 위협을 늘어놓고 있다.
이러한 때에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군 정신교육의 체계적인 연구와 교리발전, 정신교육에 나설 정예요원 양성을 전담할 국방정신교육원 설립을 추진하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유신시대를 들먹이며 의심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이것은 기우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또한 그걸 국민들이 용납하겠는가. 새로 만들어질 국방정신교육원은 순수하게 장병들의 정신전력을 향상시키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그런데도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국내 체제도전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 국가 정체성이 위협받고 북한의 끊임없는 사상적, 이념적 도전이 지속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를 애써 외면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은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국군, 강한 전사를 키워내기 위한 군 정신교육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장병들의 무형전력을 든든히 하는 임무와 역할을 수행하게 될 국방정신교육원이 제대로 제때 설립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함께 공감대를 가지면서 지혜와 힘을 모아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강용희 전 육군공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