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진 대책법안 서둘러 대응체계 갖춰야
입력 2013-04-22 19:18
규모 커지고 빈도 높아져 우리나라도 안전지대 아니다
한반도를 포함해 동북아 지역에서 잇따라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내진 설계가 부족한 우리나라는 피해가 극심할 것이 자명한 만큼 국민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대비책이 즉각 갖춰져야 한다.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 발생 하루 뒤에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에서도 지진이 일어났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4.9로 실내의 물건이 흔들리는 것을 뚜렷이 관찰할 수 있는 정도였다. 1978년 계기 지진 관측 이후 6번째로 크고 2004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규모라니 국민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 횟수가 급증하고 있고 규모 5.0 이상의 지진도 잦아졌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번 흑산도 해역 지진의 진앙과 가장 가까운 원전은 175㎞ 떨어진 영광원전이다. 이 원전은 규모 6.5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이번 지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에도 흑산도 해역에서 규모 4.2의 지진이 있었던 만큼 지진 대비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새로 짓는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은 규모 7.0으로, 지진해일에 대한 방파제 기준은 10m 이상으로 강화됐지만 여기에 만족하고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2011년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에서 비롯된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은 내진 설계 덕분에 규모 9.0의 강력한 지진은 견뎌냈지만, 10m가 넘는 지진해일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천재지변과 인재(人災)가 겹쳐 후쿠시마 원전 일대는 ‘죽음의 땅’이 됐고 공포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엄청난 재해가 발생한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상상만 해도 두려운 일이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국회에 제출된 지진관련 법안들이 여전히 잠자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진대책법’ 개정안은 지진해일로 인한 주민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대피계획을 수립하고 국가 차원의 내진성능목표와 내진설계기준을 정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하지만 안전행정위 소위에 회부된 채 진전을 못 보고 있다. 민주당 백군기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지진재해대책법 개정안은 유사시에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지진방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지만 상정도 안 된 상태이다.
지진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이다. 인력으로 발생 자체를 막아낼 수는 없지만 내진 설계나 지진 경보 체계 구축, 비상 대피 훈련 등 대비 태세를 갖추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사고가 나면 호들갑을 떨고 잠잠해지면 나몰라라 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말고 중국과 일본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