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야스쿠니 도발 언제까지 반복할 셈인가
입력 2013-04-22 19:15
일본 정부 각료들이 또다시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적으로 참배해 윤병세 외교장관이 취임 후 첫 일본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침략 전쟁을 자행했던 과거사를 왜곡하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 움직임도 우려스럽지만 일본 정부가 이런 바람을 앞장서 일으키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지난 20∼21일 야스쿠니 신사 춘계 제사 행사에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과 후루야 게이지 국가공안위원장이 참배했고, 총리를 역임한 일본 정부의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참배 행렬에 동참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곳이다. 일본 공직자들이 이곳을 참배하는 것은 태평양 전쟁과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왜곡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신사를 찾지는 않았지만 대신 총리 명의로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자민당 총재 시절인 지난해 10월 야스쿠니 신사 추계 제사를 참배했고, 차기 총리로 확정된 지난해 12월에는 “과거 총리 재임 시절 참배하지 못해 매우 한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아베 총리의 참배는 시간문제일 뿐이며, 이르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참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오는 26∼27일 예정으로 추진하던 윤 외교장관의 일본 방문을 취소한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그간 새 정부 출범 이후 안정된 한·일 관계를 위해 외교 통로를 통해 여러 차례 도발적 행동의 자제를 요청했으나 결국 차례차례 거부당한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독도 영유권을 강변하는 교과서를 허용하는 검정결과나 외교청서 발간 등의 도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양국의 새로운 미래지향적 관계를 모색하는 대좌가 무의미해진 것은 사실이다.
야스쿠니 참배에 일본 정부가 “사인의 입장으로 참배한 데 대해 정부의 입장을 이야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힌 것은 격식을 잃은 비문화적 발언이다. 버젓이 총리 명의의 공물이 가고 각료 자격으로 참배하는 것을 어떻게 사인의 참배라고 할 수 있는가. 일본 정부는 사태를 호도하려 할 게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동일한 역사 태도 위에 서 있는,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재무장 기도나 식민지배 부정 등의 망동도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 2001∼2006년 재임기간 중 정치적 돌파구를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가 외교 마찰을 일으켜 몰락의 길을 걸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전례를 명심해야 한다. 부끄러운 과거역사를 부인하면 할수록 전범국이라는 굴레는 강해질 것이며, 결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점을 일본은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