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빚 탕감받자”… 첫날부터 1만2000여명 북적
입력 2013-04-22 18:52 수정 2013-04-22 22:05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가접수가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 3층에서는 “정말로 빚을 탕감해 주느냐” “10년간 갚으면 되는 거냐”고 묻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나왔다. 40여개의 접수창구에 의자를 바짝 당겨 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분고분한 태도로 상담원의 말을 경청했다. 자칫 처신을 잘못하면 빚을 감면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엿보였다.
창구 맞은편 대기석은 빈 자리가 없었다. 상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꼬깃꼬깃한 채권추심서류 뭉치, 채무변제 최후 통고장, 통장 사본 등을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 만지작거렸다. 대부분 자신의 빚을 감면받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초조한지 대기석이 비어도 앉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이 떠안고 있는 빚은 신용카드 결제대금과 자동차 할부금부터 저축은행에서 빌린 사업자금, 자녀를 결혼시키려고 무리하게 받은 은행 대출금까지 다양했다.
국민행복기금 관계자는 “오전 9시부터 전국에서 일제히 접수를 시작한 채무조정 신청은 오후 6시까지 1만2367건을 기록했다”며 “2004년 한마음금융이 첫날 접수했던 2101건의 6배”라고 전했다.
기금은 이날 캠코 본사와 지역본부 등 114곳, 신용회복위원회 24곳, 국민은행·농협은행 지점 2375곳 등 전국의 접수창구 2496곳에서 채무조정 신청 가접수를 개시했다. 신청 대상은 올해 2월 28일 기준으로 1억원 이하의 신용대출금을 6개월 이상 갚지 못한 사람이다.
이달 31일 가접수가 끝나면 다음 달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본접수가 이뤄진다. 가접수와 본접수 기간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이후에 할 때보다 빚을 10% 포인트 정도 더 감면받을 수 있다. 조기 신청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이다. 접수와 동시에 채권 추심은 중단된다. 접수 이후 단계인 소득 확인 등 심사 승인 절차는 1∼2일 정도 걸린다.
채무 감면율은 재산과 소득 수준 등 상환능력과 채무자 나이, 연체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재산과 소득이 적을수록, 채무자 나이가 많을수록, 연체기간이 길수록 빚을 많이 깎아준다. 채무자에게 재산이 있을 땐 회수 가능한 돈을 우선 갚게 하고 나머지 채무에 대해 감면을 한다. 주거 안정이나 최저생계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재산은 채무 변제를 위한 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산이 없는 채무자의 빚은 상환능력을 반영해 원금의 30∼50%를 차등 감면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60세 이상 고령자 등 특수채무자는 60∼70%를 감면한다.
채무조정 신청자는 국세청이나 세무서에서 발급한 서류로 자신의 소득을 증빙해야 한다. 소득이 없으면 종합소득세 신고 사실이 없다는 사실 증명을 국세청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소득확인 서류 대신 소득진술서를 제출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엔 소득 은닉 등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낮은 채무 감면율이 적용된다.
기금은 지원 대상자의 재기를 돕는 차원에서 취업지원 사업을 병행한다. 대상자는 별다른 자격 확인 절차 없이 기금 추천으로 이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맞춤형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Ⅰ’의 경우 1단계 수료자에게 최대 20만원이 수당으로 지급된다. 또 6개월간 월 최대 40만원이 지급되는 직업 훈련, 취업 시 고용보험 가입, 최대 100만원의 취업 성공수당 등의 혜택이 있다.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이 매출액 4800만원 이하, 경력 1년 이상인 경우 무료 창업컨설팅을 지원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캠코 본사의 접수 현장을 방문한 뒤 “국민행복기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채무자가 스스로 빚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