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언제까지?

입력 2013-04-22 18:41 수정 2013-04-22 22:12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선진국의 양적완화 경쟁에 브레이크가 없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공급하면서 시작한 환율전쟁이 유럽연합(EU)을 거쳐 일본에까지 전염됐다. 수요가 일정한 환율시장에서 자국 통화를 무한정 공급하다 보니 화폐 가치가 추락한다. 이 때문에 3대 기축통화 중 하나인 엔화를 무제한으로 푸는 일본의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엔저 현상은 당분간 위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22일 “환율전쟁이 아니라 선진국들이 레이스를 벌이는 환율경쟁”이라며 “일본 정부가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양적완화 기조를 바꿀 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원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지금의 환율 움직임은 시장의 펀더멘털보다 각국의 정책적 측면에서 유발된 것”이라며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기축통화들의 약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양적완화가 공격적으로 진행되면 원화 강세 압력은 더욱 커진다. 일본계 자금이 국내로 유입돼 엔저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한의 잇따른 전쟁위협으로 인한 ‘북한 리스크’는 원화 가치 하락을 일으킬 수 있다.

선진국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하고 있지만 길게 가지는 못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축통화라 하더라도 무한정 돈을 찍어낼 수는 없다. 언젠가는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엔저 현상이 이어지더라도 시장에서 조정이 가능해 속도는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나친 경쟁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은 당분간 90∼100엔 사이를 오갈 것으로 본다”며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일본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역설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엔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